5·18단체들, ‘특전사 초청행사’ 갈려
19일 오전 황일봉 5·18부상자회 회장과 5·18 당시 계엄군으로 유혈 진압에 앞장섰던 특전사 동지회 회원 등 25명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희생자를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위쪽 사진). 이날 부상자회와 유공자회 등 5·18 유관단체 2곳이 특전사 동지회와 화해 행사를 열자 유족회 일부 회원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은 “진정한 사과가 먼저”라며 행사장 진입을 막는 등 반발했다. 5·18민주묘지사무소 제공·광주=뉴스1
“화해와 용서의 시간이 필요하다.”(부상자·공로자회)
“진정한 사과가 먼저다.”(유족회)
19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식’을 두고 5·18 관련 단체들이 충돌했다. 5·18부상자·공로자회가 특전사 동지회 150여 명을 초청해 용서와 화합을 선언하는 행사를 열겠다고 나서자 5·18유족회 일부 회원과 광주전남 시민단체들이 “행사를 막겠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 반발에 5·18 묘역 기습 참배
부상자·공로자회는 지난달 17일 1980년 5·18 당시 숨진 특전사와 경찰관 묘역을 참배한 데 이어 19일 특전사 동지회와 함께 포용과 화해를 선언하는 행사를 계획했다. 당초 행사 후 국립5·18민주묘지를 공동 참배할 계획이었지만 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우려해 일정을 바꿔 이날 오전 9시 40분경 참배했다.그럼에도 주최 측은 경찰들이 확보한 진입로로 행사장에 입장해 계획대로 행사를 진행했다. 황일봉 부상자회장은 공동선언식 인사말에서 “계엄군도 국가의 명령에 죽고사는 군인으로 5월만 되면 가슴이 찢어질 듯한 트라우마를 앓고 있다”며 “회한에 숨죽여 울었던 군인들을 품어야 광주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익봉 특전사 동지회 총재도 “43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화해 용서 감사의 대승적 길을 열기 위해 공동선언식을 함께했다”고 했다.
양측은 국민 통합을 위해 매년 5·18민주묘지와 국립서울현충원을 함께 참배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공동선언문과 5대 행동강령을 발표했다. 또 행사 후 5·18기념문화센터 1층에서 주먹밥을 먹으며 5월 정신을 기렸다. 황 회장은 행사 후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화해와 용서만이 5월 진실을 찾을 수 있다. 공동선언식은 5월 진실을 찾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했다.
● “양심선언과 진정한 사과 필요”
이날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5·18 단체들은 주최 측을 강하게 비난했다. 양재혁 5·18유족회장은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민단체와 5·18단체 일부의 반대에도 공동선언식이 열렸다. 이번 행사가 정당성을 찾으려면 계엄군의 양심선언과 진정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또 일부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식전 행사로 오월어머니회 일부가 자신들의 심경을 담은 창작곡 ‘5·18 어메’를 합창하기로 했다가 특전사 승전군가인 ‘검은 베레모’ 제창 계획을 알게 된 후 취소하기도 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