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과신해 화를 불렀다는 김맹녕 대한골프전문인협회 이사장(오른쪽)이 대상포진을 겪은 뒤 딸과 라운드하고 있다. 김맹녕 이사장 제공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김맹녕 대한골프전문인협회 이사장(76)은 오랜 세월 골프 칼럼니스트로 필명을 날리고 있다. 대한항공에서 35년 일하며 21년을 해외에서 근무한 그는 골프 영어, 매너, 에티켓 전문가로 서적 6권을 펴냈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과 ‘골프 성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라운드한 경험은 골퍼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하다. 골프 실력은 핸디캡 3에 베스트 스코어 68타.
70대 중반에도 글쓰기, 강연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김 이사장은 새해 들어 대상포진으로 17일 동안 입원했다. “심한 가려움과 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계속됐습니다. 앞가슴에 수포가 생겨 알았죠. 죽다 살아났어요.”
대상포진은 소아기에 수두를 일으켰던 바이러스가 잠복 상태로 있다가 성인이 된 후 신체 면역력이 약해지면 활성화돼 나타난다. 김 이사장은 “매일 아침 배드민턴을 1시간 치고 1만 보 걷기, 주 1회 등산 및 장거리 자전거 타기, 주 2회 골프 등을 하면서 건강을 과신한 탓이다. 연말연시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였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대상포진 환자 약 72만 명 가운데 여성이 62.3%, 남성은 37.7%였다.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전체의 64%를 차지하나 젊은층에서도 증가하는 추세다.
출산보다 심한 고통을 준다는 대상포진을 예방하려면 충분한 휴식과 숙면,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으로 신체 면역력을 강화해야 한다. 김 이사장이 미리 맞지 않아 후회했던 백신은 1회 접종으로 60세 이상에서 50%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2회 접종으로 90% 이상 예방한다는 백신도 등장했다.
퇴원 후 신경 및 약물 치료를 받던 김 이사장은 즐기던 술을 멀리하고 소식(小食)을 실천하고 있다. 현미밥, 견과류, 과일, 채소 위주로 식단을 바꿨다. 운동량도 알맞게 줄였다. 노년층의 운동 강도는 자신의 최대 운동능력의 60%를 넘지 않아야 한다.
병상에 있으면서 골프와 작별할 것으로 생각했던 그는 포근하던 며칠 전 의사 동의 후 보호자로 따라 나선 딸과 잊지 못할 라운드를 했다. 3개월 전 자신의 나이보다도 적은 74타를 쳤던 김 이사장의 이날 스코어는 110타. 드라이버가 150m밖에 나가지 못했지만 다시 잔디를 밟은 것 자체가 축복이라고 했다.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