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승객 줄고 기름값 급등 요금인상도 미뤄 “적금 깨서 버텨” 경영난에 배차간격 늘어 시민 불편 업계 “시내버스처럼 준공영 필요”
“예전에는 길어야 7분 정도 기다리면 마을버스가 왔는데 이젠 평균 대기시간이 두 배도 넘게 바뀌었습니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남모 씨(26)는 “최근 마을버스가 15분 지나도 안 와 결국 택시를 탔다”며 이렇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승객 감소와 유가 인상, 버스기사 구인난 등 ‘3중고’ 때문에 수도권 마을버스 운영업체들이 심각한 운영난에 빠졌다. 업체들이 견디다 못해 배차 기간을 늘리는 바람에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회사 대표가 직접 운전대 잡아”
강북구에서 마을버스 업체를 운영하는 유병기 씨(70)는 17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사 구하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만큼 어려워 대표인 내가 직접 운전할 때도 많다”며 “기사가 부족해 버스의 30% 정도는 차고지에 처박혀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강북구에서 마을버스 업체를 운영하는 조모 씨(64)도 “1년 전만 해도 기사가 15명 있었는데 지금은 10명뿐”이라고 했다.기사 월급을 올려주려 해도 승객 감소와 유가 급등 때문에 쉽지 않다. 지난해 서울 마을버스 승객 수는 2억7875만 명으로 2019년 4억2701만 명 대비 34.7% 줄었다. 버스업체 관계자는 “1, 2년 전만 해도 버스 한 대당 기름값으로 매달 200만 원씩 들었는데 이제 300만 원씩 든다”며 한숨을 쉬었다.
● “배차 간격 길어져, 2시간에 1대”
경기 일부 지역 상황은 더 심각하다. 최근 경기 고양시 마을버스 업체 20곳이 보유한 버스 427대 중 107대는 차고지에서 쉬고 있다. 정병철 경기도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고양지부장은 “마을버스 기사 960명이 필요하지만 현재 640여 명밖에 없어 나타난 현상”이라고 했다.업체들은 ‘요금이라도 빨리 올려 달라’는 입장이다. 마을버스 요금은 2015년 이후 8년째 동결 중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지하철과 시내버스 요금 인상 시기를 4월에서 하반기(7∼12월)로 늦추면서 900원에서 1200원으로 올리려던 마을버스 요금 인상 역시 미뤘다. 서울 강남구에서 마을버스 업체를 운영 중인 A 씨(53)는 “보험과 적금을 전부 해지하며 기사들 월급만 겨우 주고 있었는데 요금 인상까지 연기돼 앞날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 지자체 허가 없이 폐업도 못 해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체를 팔려고 내놔도 인수자가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 마을버스 회사 대표는 “7년 전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회사를 내놨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올 1월에도 6000만 원가량 적자가 났다”고 밝혔다. 휴업이나 폐업을 하려 해도 관련 법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마을버스 업체들의 운영난이 심해지자 서울시는 지난해 500억 원에 이어 올해도 300억 원을 투입해 지원하는 등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 사이에선 “시내버스와 같은 준공영제 도입 등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