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음악, 영화, 예능, 드라마, 게임 같은 콘텐츠 창작이 각광받는 직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창작자로 시장에서 생존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창작자는 고용이 보장된 큰 회사에 소속돼 일하기보다 혼자 혹은 소규모 회사에서 프리랜서 방식으로 일한다. 이런 노동 형태는 언제, 누구와 무엇을 일하는지를 스스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상사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언제, 어디에 기회가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경제적인 안정이 보장되지 않는다. 특히 아직 경력이 입증되지 않은 입문자는 성공은커녕 프리랜서로서 생존하는 것조차 힘들다. 실제로 약 50%가 넘는 대중음악 작곡가들이 입문작을 마지막으로 업계에서 사라진다고 한다.
이런 프리랜서 창작자들에게 같은 일을 하는 동료와의 네트워크는 굉장히 중요하다. 동료들과의 협업을 통해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 신뢰를 쌓으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프로젝트 기회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인적 네트워크가 이들에게 좋은 네트워크일까?
프리랜서가 고용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서로 신뢰가 깊고, 어려울 때 상부상조할 수 있는, ‘좁지만 응집력이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좁고 응집력 있는 네트워크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창작자들이 생존하기 위해 만든 응집력이 강한 네트워크가 오히려 그들의 성장을 막는, 일종의 ‘생존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이유다. 이들이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시장에서 성공하는 데는 반대로 ‘넓고 다양한’ 협업 관계로 이뤄진 네트워크가 더 유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요인이 창작자들로 하여금 이런 생존의 함정에서 빠져나오는 노력을 하게 만들까? 나와 네트워크가 겹치는, 즉 나랑 비슷한 사람들과 협업하는 사람들의 성공이 아직 성공을 이루지 못한 작곡가들에게 스스로의 상황을 돌아보고, 위험을 부담하며 색다른 사람들과의 협업을 시도하게 만드는 동력이 됐다. 다만 이런 도전은 실패한 곡의 스타일이 서로 비슷할 때만 나타났다. 실패한 곡의 스타일이 서로 다를 경우 본인의 음악 스타일이 문제인지, 시장의 변덕이 문제인지 창작자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본인의 커리어가 상대적으로뿐 아니라 절대적으로 실패하고 있다는 확실한 자각이 작곡가들로 하여금 생존의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치게 만들었다.
본 연구는 창의적인 활동을 하려면 좁고 응집력 있는 네트워크에서 벗어나 네트워크를 넓고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특히 프리랜서 창작자들의 경우 지금까지 의지해온 신뢰가 깊은 사람보다 경험을 공유하지 않는,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협업하는 것이 성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잘 모르는 사람과의 협업에는 위험 부담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이룬 사람들은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오래 네트워크를 다양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는 데 주목해야겠다.
이 원고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62호(2023년 2월 1일자)에 실린 글 ‘생존의 함정 탈출해서 더 넓게 협업하라’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이용훈 홍콩과학기술대 경영대 교수 yglee@ust.hk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