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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중앙 정부를 바꿀 수 있다[기고/조대환]

입력 | 2023-02-20 03:00:00

조대환 목포해양대 기관시스템공학부 교수


0.81명. 2021년 대한민국 합계출산율 수치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이며 전 세계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01년 56만 명에 이르던 출생아 수는 지난해 26만 명대까지 내려앉았다. 이 때문에 영국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대한민국을 두고 ‘지구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에선 특히 비수도권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인구절벽 위기가 표면화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 중 하나인 전남 강진군이 대표적이다. 강진은 인구가 한때 14만 명을 넘었지만 최근에는 3만4000여 명까지 줄었다.

강진군은 이미 2013년 ‘소멸위험지역’이 됐다. 군 주변에 우회도로가 생기고 지역 대학이 사라지는 등 악재도 이어지는 중이다.

사안이 심각한 만큼 강진군은 다른 지자체보다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만 7세가 될 때까지 아이 친권자에게 소득이나 자녀수 구분 없이 매월 제로페이로 60만 원을 주고 있다. 7세까지 모두 받으면 총 5040만 원을 지원받게 된다. 전국 지자체 중 가장 큰 규모다. 필자에겐 이런 노력이 인구절벽과 지역 소멸 위험이 멈추길 바라는 SOS 신호처럼, 또 미래를 희망으로 만들기 위한 마중물처럼 느껴진다.

강진군은 수당을 운영하기 위해 전체 군 예산의 1%를 투입하고 있다.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군의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 정도의 투자는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시행 후 6개월도 지나지 않은 만큼 아직 정책의 성과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다만 제도의 효과를 기대하게 만드는 결과는 일부 나오고 있다. 인구 감소를 막을 순 없었지만 지난해 전입전출에 따른 순감소가 46명에 그친 것이다. 2020∼2021년(676명)과 비교하면 인구 유출이 크게 줄었다. 강진군 관계자들은 “이 같은 결과가 모두 정책 효과 때문이라고 보긴 어렵겠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육아수당이 빛을 발휘할 것이란 희망을 갖게 됐다”고 했다.

강진군의 정책이 화제가 되면서 담당 부서에는 ‘통 큰 정책’의 배경과 성과 등을 묻는 전국 지자체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전화를 받은 강진군 관계자들은 “망설이는 시간이 더 길어지면 안 된다”며 지자체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한다.

필자는 강진군의 이 같은 정책이 다른 지자체를 넘어 수도권까지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일각에선 지자체들이 보조금을 주면서 인구를 서로 뺏고 빼앗기는 상황이 전개될 걸 우려한다. 하지만 이제 인구가 곧 국력이고, 출산율이 곧 경제력이다. 모든 국민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걸 더 이상 부담으로 느끼지 않도록 중앙정부도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정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전 가정에서 아이들의 탄생이 ‘부담’ 대신 ‘기쁨과 축복’으로 다가와 합계 출산율이 반등하는 미래가 실현되길 기대한다.


조대환 목포해양대 기관시스템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