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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 대웅전에 숨어있는 부처님 이야기

입력 | 2023-02-20 03:00:00

성보박물관 ‘불국토…’ 발간
전각에 ‘소박한 지붕’ 올린 이유 등
창건 당시 시대상과 함께 풀어내



부산 범어사 대웅전의 천장 모습. 범어사 성보박물관 제공


신도든, 아니든 사찰을 방문할 때면 누구나 한 번은 찾는 대웅전(大雄殿).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불국토의 정신과 돌계단 하나마다 담긴 부처님의 마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최근 부산 범어사 성보박물관이 발간한 ‘불국토를 조각하다, 범어사 대웅전’(사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지만 주의 깊게 보지 않아 잘 모르던 대웅전 구석구석의 이야기를 담았다.

1602년 창건된 범어사 대웅전(보물)은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 중 하나다. 부처님의 머리 위에 있는 지붕(닫집) 아래에 달아맨 용과 봉황, 학, 구름, 주악비천상 등은 상상력을 발휘해 천상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다. 대웅전은 이름 그대로 ‘큰 영웅’, 즉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전각이다. 범어사 대웅전의 맞배지붕은 마주 보고 있는 보제루보다 소박하다. 그럼에도 오히려 더 위풍당당한데, 이는 화려한 공포(처마 끝의 무게를 받치기 위해 기둥머리에 짜 맞추어 댄 나무쪽), 사면을 가득 채운 내외부 벽화, 기둥과 천장 등이 전각의 존재감을 드러내도록 자리 잡은 지형적 위치와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맞배지붕은 지붕 형식 중 가장 간단한 것으로 궁궐에서도 정전 같은 주요 건물에는 팔작지붕을, 부속 건물에는 맞배지붕을 얹는 것이 관례였다. 대웅전의 위상을 고려하면 팔작지붕을 올렸을 만하지만, 여기에도 시대적 상황이 있다. 범어사 대웅전이 창건된 1602년은 임진왜란(1592∼1598년)이 끝난 직후였다. 특히 동래 지역은 피해가 커서 당시 지은 사찰 대부분은 품과 돈이 많이 드는 팔작지붕 대신 맞배지붕을 올렸다고 한다. 이 밖에도 대웅전 수미단과 불전 장엄구를 통해 범어사 대웅전이 예배 대상을 봉안하는 전통성을 강조하면서도, 공양대로서의 시대성을 어떻게 반영해 왔는지도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범어사 성보박물관(관장 환응 스님)은 “시민들이 늘 찾던 범어사 대웅전에서 미처 몰랐던 의미를 알게 되면 또 다른 부처님의 세계가 보일 것”이라며 “이를 통해 불교문화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