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발사] 金, ICBM 시험발사 첫 ‘불시명령’… 北, 美본토 사정권 화성-15형 도발 美 기습타격 위협… “南은 상대 안해”… 한미 ‘죽음의 백조’ 등 출격 맞대응
홋카이도 상공서 포착된 北 ICBM… 日 EEZ내 떨어져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이 18일 오후 5시 22분경 발사되고 있다(왼쪽 사진).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오전 8시에 내려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불의 지시”에 따라 발사됐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 지시 이후 9시간 22분 만에 발사된 것. 화성-15형에 액체연료를 주입하는 시간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오른쪽 사진 동그라미 안에 있는 불덩어리 같은 물체는 이날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쪽인 홋카이도 해상에 화성-15형이 낙하하는 모습이다. 인근 방송국 옥상에 설치된 일본 NHK 카메라가 포착했다. 일본 정부는 화성-15형이 오후 6시 27분경 해상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노동신문 뉴스1·NHK 화면 캡처
북한이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전 계획 없는 불의 명령”에 따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기습 발사했다”고 19일 밝혔다. 김 위원장의 불시 명령에 따른 ICBM 발사는 처음이다.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도 언제든지 실전에서 기습적으로 발사할 수 있음을 노골적으로 위협한 것이다 .
북한은 김 위원장이 18일 오전 8시 명령서를 하달한 뒤 9시간 22분 뒤인 같은 날 오후 5시 22분 ICBM을 발사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9일 담화에서 “우리에 대한 적대적인 것에 매우 강력한 압도적 대응을 실시할 것”이라며 “남조선(한국) 것들을 상대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 공격 시나리오를 상정한 한미의 22일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 3일 한미 연합훈련을 구실로 ICBM 등 고강도 추가 도발을 시사한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9일 전날 발사한 화성-15형이 “최대 정점고도 5768.5km까지 상승해 거리 989km를 4015초(66분 55초)간 비행해 조선 동해 공해상 목표 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밝혔다. 하마다 야스카즈(濱田靖一) 일본 방위상은 기자회견에서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무게에 따라 1만4000km가 넘는 사거리가 될 수 있고 그럴 경우 미국 전 영토가 사거리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한미는 19일 괌에서 날아온 미 공군 B-1B 전략폭격기와 F-16 전투기, 우리 공군의 F-35A 스텔스 전투기 등 공중전력 10여 대를 동원한 공중 연합훈련을 통해 맞대응했다. 대통령실은 18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뒤 “심각한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정권이 핵·미사일 개발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은 18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MSC) 회동 후 성명을 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규탄했다.
北 고체연료 ICBM 기습 명령땐, 수십 초만에 쏴 막기 힘들어
北 ICBM 기습 도발
불시명령 내세워 기습능력 강조
액체연료론 한계… 고체 개발 사활
“모든 미사일부대 전투태세 강화”
김정은, ICBM 연쇄 도발 예고
북한은 정상 각도 발사 시 사거리가 1만4000km 이상으로 추정되는 화성-15형을 불시 명령에 따라 기습적으로 날릴 실전 준비가 돼 있음을 강조했다. 한미를 겨냥한 위협 수위를 더욱 끌어올린 것.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발사가 “핵무력의 전투준비태세를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모든 미사일 부대에 전투태세 강화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한미 연합훈련 본격화를 구실로 ‘괴물 ICBM’이라고 불리는 화성-17형은 물론이고 8일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한 고체연료 엔진 추정 신형 ICBM 시험발사 등 ICBM 연쇄 도발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한미 군 당국은 발사 징후 탐지가 불가능한 고체연료 ICBM을 이번처럼 불시 기습 발사할 경우 미사일 방어가 더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파악해 선제 타격하는 한국의 킬체인이 무력화될 수도 있다.
● 고체연료 ICBM, 수십 초 만에 발사 가능
북한이 액체연료 ICBM의 기습타격 능력을 이번에 내세운 건, 여전히 주력은 액체연료 미사일인 만큼 가용 전력을 최대한 활용해 한미에 최대한의 위협을 주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과거 북한은 액체연료를 주입한 미사일을 보관해놓았다가 수일 뒤 실제 발사에 나선 사례가 많았다. 그런 만큼 명령 하달 후 발사까지 9시간 22분이 걸린 이번 도발은 시간상으로 봐도 기습발사에 해당될 수 있다.
다만 군 내부에선 액체연료 미사일로 기습능력을 강조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지적도 나온다. 통상 액체연료 미사일은 연료와 산화제 등을 주입하는 데 최소 30분∼수 시간이 걸려 한미 탐지 자산에 사전 포착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발사 장소 역시 기습력을 과시하기에는 무리란 지적도 나온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평양 순안비행장은 한미 감시 자산이 총집중되는 장소”라고 지적했다.
● “모든 미사일 부대에 전투태세 강화 지시”
北도발 다음날 한미 편대비행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도발 다음 날인 19일 미 공군의 B-1B 전략폭격기 2대가 우리 공군의 F-35A 스텔스기(위 4대), 미 공군 F-16 전투기(아래 4대) 등과 함께 한반도 상공에서 연합 편대비행을 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일본 방위성은 미사일 발사를 감지한 뒤 항공자위대 제2항공단 F-15 전투기, 해상자위대 초계기 P-3C 등을 출동시켜 ICBM 낙하물로 보이는 섬광을 내는 물체를 포착했다. 일각에선 공중에서 물체가 부서지는 듯한 장면이 목격돼 북한이 아직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