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에 맞추어 12동물 띠를 예술로 표현한 전시회(십이지展; 열두 동물로 살펴보는 한국의 문화코드) 작품. 곽수연 작(도란도란), 무우수갤러리 제공.
한국인들은 정초가 되면 올해가 무슨 띠의 해이며, 띠 동물이 지닌 상징성에 대해 깊은 의미를 부여한다. 나아가 자기 띠를 이용해 새해 운수를 점쳐 보기도 한다.
12띠를 풍수적으로 살펴보자. 원(360도)을 기준으로 12띠(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는 각각 30°씩 공간을 차지한다. 이때 자신이 태어난 띠 등을 기준으로 풍수적으로 유리한 방위와 불리한 방위를 구분할 수 있다. 이를 테면 호랑이- 말- 개 띠 생들은 미(未·남남서) 방향이 길하고, 돼지-토끼-양 띠 생들은 진(辰·동동남) 방향이 길하고, 원숭이-쥐-용 띠 생들은 축(丑·북북동), 뱀-닭-소 띠 생들은 술(戌·서서북) 방향이 길하다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각각의 띠에는 흉한 방위도 있다(아래 그림 참조).
이런 식으로 해서 흉한 것은 피하고 길한 것을 취하는 피흉추길(避凶趨吉)의 풍수 공간이 설정될 수 있다.
호랑이를 표현한 작품. 김영희 작(범). 무우수갤러리 제공
호랑이를 표현한 작품. 김영희 작(범). 무우수갤러리 제공
호랑이를 표현한 작품. 김영희 작(범). 무우수갤러리 제공
호랑이를 표현한 작품. 김영희 작(범). 무우수갤러리 제공
세상이 혼란스럽고 너무 급작스럽게 변하고 있기 때문인지, 올해 들어 더욱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강해지는 듯하다. 이는 동양철학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부쩍 늘어난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올해 계묘년의 주인공인 토끼. 김경현 작(和), 무우수갤러리 제공.
무우수갤러리의 양효주 학예실장은 “K(Korea)로 표현되는 한류가 세계적 주목을 받으면서 덩달아 음양, 오행, 12지 같은 동양철학에 대한 관심 역시 부쩍 늘어나 전시를 기획했다”라고 밝혔다.
이 전시회를 찾아온 관람객들에게서는 흥미로운 점도 발견된다. 특정 동물을 표현한 작품에서 유독 오래 감상하는 이들을 보면 대체로 자신이 태어난 띠에 해당하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태어난 띠의 동물들이 각기 자신의 수호 동물처럼 느껴지는 우리식 정서 때문일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음양, 오행, 십이지지 등 동양철학을 직접 배우려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 과천에서 1주일에 한 번씩 공공기관에서 주관하는 동양철학 강좌를 듣고 있는 주부 이모 씨(59)는 “초등학교에서 대학교 졸업 때까지 한 번도 배워보지 못한 동양철학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수강하고 있다”면서 “수강생 중 나 같은 초짜는 별로 없고, 어느 정도 기초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 주역, 관상, 풍수 망라한 ‘동양학 잔치’ 열려
동양철학에 대한 이런 열기는 제도권 대학까지 파고드는 추세다. 이달 25일(토) 오후 2시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한양대 박물관에서 열리는 동양학 대토론회가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토론회는 국내 처음으로 주역, 수상(手相), 점복(占卜), 부적, 관상, 풍수 등 동양철학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발표와 토론을 하는 ‘동양학 잔치’라고 할 수 있다. 일반인도 무료로 얼마든지 참여 가능하다고 한다. 한양대 대학원에 설립된 동양 문화학과(석·박사 과정)가 주도하는 이 세미나는 각 분야 전문가가 ‘동양학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를 다루게 된다고 한다. 이 토론회를 기획한 한양대 박정해(동양 문화학과)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는 시점에서 동양학의 현재를 짚어보고 동양학의 미래지향적 가치를 살펴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호랑이를 표현한 작품. 김영희 작(범). 무우수갤러리 제공
이런 현상을 풍수적으로 풀어보는 방법도 있다. 한국에 도입된 이론 풍수학 중 하나인 ‘현 공 풍수’는 현재 지구의 운기(運氣)가 간괘(艮卦; 주역 8 괘 중 동북방에 배치된 괘)에서 이괘(離卦 ;남방에 배치된 괘)의 기운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내년부터 시작해 향후 20년간 ‘화(火)’를 주관하는 이괘 시대가 펼쳐지는데, 사람들이 그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고도의 정신문화, 종교, 항공 우주산업, 가상 자산 및 가상 공간 등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화’는 높은 것, 보이지 않는 것, 정신적인 것 등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고도의 정신문화인 동양철학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풍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