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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올 옆에 서는 것만으로 ○○○이 좋아진다 [발리볼 비키니]

입력 | 2023-02-20 13:40:00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오레올(왼쪽) 옆에 서고 싶어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지 모릅니다. 현대캐피탈 제공

현대캐피탈은 한 라운드에 해당하는 최근 6경기에서 5승 1패를 기록하면서 승점 15를 더했습니다.

반면 선두 대한항공은 이 기간 승점 1을 더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러면서 2022~2023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2위 현대캐피탈은 선두 대한항공을 승점 1 차이로 추격하게 됐습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8일 의정부 방문 경기를 마친 뒤 “(대한항공에 역전하는) ‘그날’이 드디어 올 것 같다”면서 오레올(37)의 이름을 두 번 언급했습니다.

2015~2016시즌 이후 7년 만에 다시 V리그 무대로 돌아온 오레올.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오레올은 이 6경기에서 공격 효율 .451을 기록하면서 팀 공격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 기간 공격 점유율 10% 이상을 기록한 모든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기록입니다.

그런데 ‘아웃사이드 히터’(OH)인 오레올이 공격력보다 더욱 진가를 드러내는 건 ‘블로킹’입니다.

본인이 블로킹을 잘 잡을 뿐 아니라 ‘옆에 선’ 팀 동료들 블로킹 실적도 올라가거든요.

이 상태에서 서브 차례 때마다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면서 경기를 펼칩니다.

‘옆에 선다’는 건 로테이션 선수가 바로 뒤 또는 바로 앞이라는 뜻입니다.

위에 있는 그림은 현대캐피탈이 18일 경기 4세트 때 적어낸 로테이션 오더입니다. 이 그림에서 오레올 옆에 선 선수는 허수봉(25)과 최민호(35)입니다.

허수봉은 이 경기에 오퍼짓 스파이커(OP), 최민호는 미들 블로커(MB)로 나섰습니다.

이 세트에 선발 출전한 현대캐피탈 MB 가운데 최민호는 오레올과 전위에 나란히 자리하는 게 세 번 중 두 번이지만 송원근(26)은 한 번만 같이 섭니다.

오레올과 함께 블로킹을 시도하고 있는 최민호.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최민호는 이번 시즌 109세트에 출전했습니다. 이 중 15점 기준인 다섯 번째 세트를 빼면 106세트가 남습니다.

이 106세트 가운데 44번은 오레올 옆에 섰고 65번은 오레올과 떨어져 섰습니다.

오레올 옆에 섰을 때 최민호는 세트당 블로킹 0.864개를 잡았습니다. 오레올과 떨어진 세트에서는 0.523개였습니다.

오레올 옆에 서면 세트당 평균 블로킹이 65.1% 늘어났던 셈입니다.

안타깝게도 허수봉(왼쪽)이 오레올 옆에서 블로킹하는 사진은 찾지 못했습니다. 현대캐피탈 제공

허수봉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시 1~4세트를 기준으로 허수봉은 오레올 옆이 아닌 60세트에서는 블로킹 20개(세트당 평균 0.333개)를 잡았습니다.

오레올 옆에 섰던 42세트에서는 세트당 블로킹 개수가 평균 0.500개(총 21개)로 기록이 올라갑니다.

전체적으로 오레올 옆에 서면 세트당 블로킹 기록이 평균 49.3%가 올라갑니다.

그리고 최근 6경기에서 이 기록은 119.9%까지 치솟았습니다. 평균 블로킹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겁니다.

홍동선, 최민호(왼쪽부터)와 함께 대한항공 링컨을 막아서고 있는 오레올. 현대캐피탈 제공

오레올은 아웃사이드 히터(OH)라 전위에서 상대 OP와 마주 보고 서는 일이 많습니다.

오레올의 최고 블로킹 높이는 350㎝로 팔이 네트(234㎝) 위로 1m 16㎝가 올라오는 수준입니다.

공격 시도가 많은 상대 OP로서는 현대캐피탈을 상대하기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노릇.

그래서 오레올을 피해 공격을 시도하다 보니 자연스레 팀 동료 블로킹도 늘어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대 서브를 받고 있는 전광인(왼쪽). 전광인은 포지션이 같은 오레올과 항상 ‘대각’에 섭니다. 현대캐피탈 제공

배구는 기본적으로 ‘서브를 받는 팀’에 유리한 종목입니다.

현재까지 이번 시즌 남자부 전체 랠리 1만7982번 가운데 68.4%(1만2298번)가 리시브 팀 득점으로 끝이 났습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우리 팀 서브로 시작한 랠리에서도 득점을 올리는 팀이 강팀이라는 뜻이 됩니다.

최근 6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은 자기 팀 서브로 시작한 랠리 가운데 35.1%에서 점수를 가져왔습니다. 물론 리그 1위 기록입니다.

현대캐피탈은 21일 우리카드와 5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치릅니다.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또 전체 블로킹 1874개 가운데 77.5%는 서브를 넣은 팀이 기록했습니다.

그러니까 블로킹은 서브를 넣은 팀이 점수를 올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겁니다.

그리고 오레올은 본인만 세트당 블로킹 0.661개(4위)를 잡아내는 와중에 동료들 블로킹 실적까지 올려주면서 팀에 승리를 선물하고 있습니다.

7년 만에 다시 현대캐피탈로 돌아온 오레올이 그때는 못 남기고 떠난 우승 트로피까지 이번에는 선물할 수 있을까요?

코트에 주저 앉은 정지석을 살펴보는 대한항공 관계자들.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아, 대한항공이 부진에 빠진 이유도 똑같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원래 서브 랠리 가운데 34.5%(당시 1위)에서 점수를 올리던 팀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6경기에서는 이 비율이 27.5%로 줄었습니다.

또 대한항공은 원래 상대 공격 시도 가운데 11.9%(당시 1위)를 블로킹으로 잡아내던 팀이었는데 최근에는 7.5%(최하위)로 줄었습니다.

그러니까 보잉에서 747 ‘점보’ 제트기 생산을 끝내면서 대한항공 ‘점보스’ 성적이 떨어진 건 아닙니다.

황규인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