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본회의 표결이 27일로 다가온 가운데 원외 인사들이 연일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당 지도부가 ‘압도적 부결’을 공개적으로 표방하는 가운데 현역 의원들은 비명(비이재명)계 마저 상당수 침묵을 이어가는 반면, 원외 인사들은 이 대표를 향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라”고 촉구하는 등 날선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 박영선 “가지고 있는 것 내려놔야”
민주당 4선 중진 출신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0일 CBS 라디오에서 이 대표를 향해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이) 이 대표가 할 수 있는 묘수이고 신의 한 수”라고 했다. 그는 또 “국민의힘이 저렇게 난장판이고 난리가 났는데 스스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이 굉장히 많이 성원할 것”이라며 이 대표가 공천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 대표를 향해 사실상 퇴진을 촉구한 것.
당내 소장파와 청년 정치인들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김해영 전 최고위원은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을 이재명 방탄 정당으로 만들기 위해 계양을 국회의원 출마, 당대표 출마까지 강행한 것인데 이러한 의도에 당 전체가 끌려가서야 되겠는가”라며 “이재명 대표가 없어도 민주당 말살되지 않는다. 지금 민주당은 집단적 망상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16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켜야 한다”며 “대선 때 약속한 대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민주당 의원들 모두 체포동의안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지라고 강력히 지시해야 한다”고 적었다.
● “3월부턴 다시 여러 목소리 불가피”
이처럼 원외 인사들이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하고 나선 것은 원내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체포동의안 표결이 임박한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거듭 일치단결을 강조하고 나서자 현역 비명계도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과도하다는 공감대가 당내에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지도부를 공격했다가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비명계 의원은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섣불리 각 세우기 어려운 현역 의원들과 달리 원외 인사들이 소신 발언을 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당 내에선 27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투표가 끝나고 3월부터 본격 원내대표 선거 체제에 돌입하면 다시 한번 비명계 목소리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민주당 원내대표는 매년 5월 의원총회에서 선출하도록 돼 있지만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 일정 등에 맞춰 한 달 가량 앞당기는 방안도 거론되는 중이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