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금천구의 한 인공지능(AI) 전문 교육 학원에서 ‘빅데이터 전문가’ 과정을 이수 중인 수강생들이 ‘데이터 전처리 및 시각화’ 관련 강의를 듣고 있다. 이날 수업에 나온 40대 이상 중장년층 3명은 강의실 앞자리에 앉아 강의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문수 기자 doorhand@donga.com
16일 오후 서울 금천구의 한 학원에서 AI 강의를 듣던 15년 차 회계사 이모 씨(42)는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실습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 씨는 “대화형 AI 서비스 ‘챗GPT’를 지난달 처음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며 “일반 회계사가 몇 시간 투자해야 답을 구할 수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불과 몇 초 만에 처리하는 걸 보고 휴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6개월 과정의 AI 강의를 수강 중이다. 이 씨는 “휴직은 시대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내린 결단”이라며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데이터 처리 업무에 AI 기술을 활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 “AI가 내 업무 대체할까 두려워”
이날 오후 금천구의 한 학원 ‘빅데이터 기반 개발자 양성’ 수업을 듣는 수강생 19명 중 4050 세대는 3명이었다. 이들은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아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한 시각화 실습 교육을 받고 있었다. 고등학교 윤리 교사로 일하다가 지난해 명예퇴직했다는 최모 씨(52)는 “챗GPT의 문장 구사력을 보니 학교에서 쌓았던 경험만으론 노후를 대비할 자신이 없어졌다. 실력을 기른 후 데이터에 기반해 학생 수준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싶다”고 수강 이유를 설명했다.
퇴근 후 인터넷 강의로 AI 공부를 시작한 직장인도 적지 않다. 26년 차 대기업 엔지니어 권성구 씨(57)는 지난달부터 퇴근 후 프로그래밍 언어 ‘파이선’ 등을 활용한 데이터 처리 관련 교육을 인터넷으로 수강하고 있다. 권 씨는 “생전에 챗GPT 같은 기술이 개발될 거란 생각을 못 했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기술을 모르면 뒤처질 것 같아 두려웠다”고 말했다.
● 중장년층 겨냥 AI 수업 늘어
동아DB
전문가들은 중장년층의 AI 공부 열풍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챗GPT가 등장하는 등 기술 발전 속에서 하나의 직업이 평생 유지되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흐름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AI 기술을 배우려는 이들이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수기자 doorwater@donga.com
이승우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