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의 대부’로 살아온 한윤수 화성외국인센터 대표 책 ‘오랑캐꽃이 핀다’ 펴내
한윤수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대표가 20일 출간기념회에서 ‘오랑캐꽃이 핀다’ 1권을 들고 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외국인 노동자들의 현실은 ‘노동자’가 아니라 ‘노예’와 마찬가지였어요.”
‘이주노동자의 대부’로 불리는 한윤수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대표(75)가 2007년부터 센터를 운영하며 만난 이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오랑캐꽃이 핀다’(전 10권·박영률출판사)를 24일 펴낸다. 한 대표는 2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연 출판기념회에서 “그간 외국인 노동자의 목소리를 기록한 책이 별로 없었다”며 “비록 내가 머리는 좋지 못해도 부지런히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 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노동운동을 하다 뒤늦게 목사가 된 한 대표는 2007년 6월 5일 아무런 연고가 없던 경기 화성시에 센터를 세웠다. 사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스리랑카 여성, 퇴직금 한 푼 받지 못한 필리핀 남성…. ‘이들을 돕는 것이 하늘이 준 사명’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사장에게 떼인 돈 전국에서 제일 잘 받아주는 센터’란 소문이 퍼지자 전국 곳곳의 이주노동자들이 그를 찾아왔다. 그가 2008년 11월∼2018년 9월 10년 동안 손수 기록한 상담일지가 895편에 이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 측에선 A 씨에게 100만 원만 입금한 뒤 “진정을 취하하면 나머지 돈을 주겠다”고 했지만, A 씨는 한 대표를 믿고 끝까지 취하하지 않았다. 열흘 뒤 회사는 퇴직금 전액을 입금했다. 한 대표는 “내게는 한 사람이 찾아오지만 사실은 한 사람이 아니다. A 씨의 고향에 있는 20명 넘는 식구들을 생각하며 ‘끝까지 가겠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책 제목의 ‘오랑캐꽃’은 제비꽃의 다른 이름. 한 대표는 “온갖 멸시와 모욕을 당하면서도 한국 경제 밑바닥을 떠받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오랑캐꽃을 닮았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