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질문이 열렸다. 하지만 의원들이 자리를 떠나 텅 비어있다. 김재명 기자
동아일보가 국회사무처 홈페이지에 공개된 지난해 국회의원 해외출장보고서 79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본회의가 열렸던 39일간 해외 출장으로 회의에 불참한 의원은 63명(중복 포함 시 80명)으로 집계됐다. 의원정수 300명 가운데 5분의 1 정도가 법안 통과의 최종 관문인 본회의를 나 몰라라 한 것이다. 법안 내용을 꼼꼼히 심의해야 할 중요한 회의를 팽개친 의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의원의 해외 방문을 무조건 외유성 출장으로 폄하할 필요는 없다. 의원 외교는 정부 간 채널에서 다루기 어려운 민감한 이슈를 막후 조율하는 긍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전수조사에서 드러난 의원들의 행태는 이런 기대를 빗나간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11월 본회의를 제쳐둔 채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를 방문한 민주당 홍익표, 정의당 류호정 의원 등은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한국전을 관람했다. 국제 체육대회 유치 지원 방안을 모색한다는 명목이었지만 월드컵 관람을 염두에 둔 외유 아니냐는 비판을 면키 어려웠다. 지난해 8월 유류세 인하 등 ‘민생 3법’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린 날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 등은 자율주행 선도 기관을 참관한다며 미국 캘리포니아와 라스베이거스로 출장을 갔다.
지금 국회 본회의는 주요 법안에 대한 여야 지도부의 결정 사항을 집행하기만 하는 사실상 ‘거수기’ 무대로 전락한 지 오래다. 선진국 의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원들의 신랄한 정책 토론은 찾아보기 어렵다. 본회의가 의사일정의 ‘꽃’이라는 위상을 못 찾고 있으니 의원들도 본회의 일정에 괘념치 않는 일이 일상이 된 것 아닌가. 의원 외교가 공감을 얻으려면 본연의 의정활동을 제대로 챙기면서 바닥에 떨어진 국민 신뢰부터 회복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