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지율 낮게 발표 美업체 조사한계 있지만 ‘실정 몰라’ 혹은 ‘객관적’ 자의적 해석 말아야 잘못된 여론 결과나 ‘근자감’은 선거 때 독이다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여야를 막론하고 여론조사에 대한 ‘선택적 신뢰’가 도를 넘고 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자주 인용되는 한 조사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모닝컨설트’라는 조사업체가 22개국 리더들의 지지율을 조사해 매주 발표하는 ‘글로벌 리더스 조사’다.
일부 언론이지만 이 조사가 자주 인용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22개국 지도자들 가운데 거의 매주 최하위에 가깝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몇몇 언론은 “윤 대통령 지지율 ○○%…22개국 지도자 중 여전히 ‘꼴찌’”라는 제목으로 수치만 바꿔가며 거의 매주 동일한 기사를 내고 있다.
필자는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1월 2주 차까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등록된 대통령 지지율 조사 308건 전수를 취합해 조사 기관들마다 보이는 고유한 경향성을 보정한 후 대통령 지지율을 추정했다. 미국 최고 권위의 데이터 저널리즘 기관인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 등과 유사한 분석이다.
‘미국 업체이니 오히려 더 객관적이다’라고 믿고 싶은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제3자’라는 요인을, 진영 논리에 따라 ‘한국 실정을 모르는’, 또는 ‘객관적’이라는 의미로 보는 제각각의 자의적 해석은 곤란하다.
‘모닝컨설트’ 조사 관련 기사들을 잘 읽어 보면 “매일 국가별로 조사한 뒤 일주일 치 평균”을 내고 “표본 크기는 국가마다 500∼5000명 수준”이라고만 할 뿐 가장 중요한 ‘조사 방식’에 대한 기술은 빠져 있다.
이 조사는 온라인 조사인데, 현재 국내 언론에 공표되는 대통령 지지율 조사 중 온라인 조사는 거의 없다. 여심위의 좀 이상한 규정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 조사 자체는 여심위 등록 대상이 아니지만 대개 기사를 위해 지지 정당을 함께 묻는 경우가 많아 등록을 하게 된다. 이 경우 일반적인 조사들과 정당 지지율 등에서 확연한 차이가 드러날 것을 우려하여 여심위 등록이 요구되는 조사 용역을 온라인으로 수행하겠다는 업체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조사는 대부분 해당 업체가 모집한 온라인 조사 패널의 자발적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표본을 추출하기 때문에 비용이 저렴한 대신 대표성 확보가 어렵다. 실제로 각 업체의 조사 방식에 대한 평가와 과거 선거 예측 정확도에 기반한 ‘파이브서티에이트’의 분류에서 ‘모닝컨설트’는 중하위권인 ‘B’등급 업체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ABC 등은 모두 ‘A+’등급이었다.
총선이 1년 2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양 진영 모두 여론조사의 ‘선택적 신뢰’가 낳은 실패 사례를 기억해야 할 때다. 가상번호를 사용할 수 없었던 잘못된 여론조사 결과를 믿고 압승을 과신한 새누리당이 ‘옥새런’으로 다수당을 놓친 2016년 총선, “미국 대선에서 나타났던 ‘샤이 보수’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숨은 표가 있다”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미래통합당이 역대급 참패를 했던 2020년 총선 등이 좋은 반면교사 사례다. 내년 총선에서 여론조사의 ‘선택적 신뢰’라는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정당이 받아들 성적표일 수도 있다.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