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정치부 차장
16일 오전 9시 반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대표는 일정도 취소한 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내가 가족을 버리고 도망가겠냐”, “인멸할 수 있는 증거가 남아 있긴 하냐”고 반발했지만 어쨌든 공은 이미 던져졌고 이제 국회의 선택만 남았다.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이 출석해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무기명 투표이기 때문에 정당별로는 물론이고 의원들마다 이미 각자 ‘계산기’ 두들기기에 바쁜 모습이다.
115석의 국민의힘은 “부결 시 국민이 용서 안 할 것”(정진석 비대위원장), “과일도 상한 부분을 빨리 도려내야 나머지라도 보존할 수 있다”(주호영 원내대표)며 연일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6석의 정의당도 체포동의안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169석의 민주당 의원들도 셈법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아무리 ‘비명’(비이재명)계라 해도 아직 이 대표와 ‘척’ 지기엔 남은 변수가 많다.
당장 내년엔 총선이 있다. 당 지도부는 최근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 대표에게 ‘사천(私薦)은 없다’는 분명한 뜻이 있다”고 했다. 총선까지 1년도 더 남았는데 벌써 나온 공천 이야기에 한 비명계 의원은 “‘공천은 걱정 말고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자’는 회유인 동시에 ‘이 대표가 기소되더라도 공천권은 안 내려놓는다’는 협박으로 들렸다”고 했다. ‘기승전 공천’인 국회의원들로선 무시할 수 없는 메시지다.
이르면 3월 말∼4월 초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선거도 변수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만 10명 안팎이지만 당내엔 더 이상 확실한 계파가 없다. 표심 분산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굳이 유일한, 최대 계파인 ‘친명’과 각 세울 이유가 없는 셈이다. 중립 성향의 한 중진 의원은 “지난 선거처럼 결국 ‘명심’(이재명의 의중)이 밀어줘야 이길 것”이라고 했다. 친명계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은 만나자 해도 일정도 안 주던 비명계 의원들이 요즘은 다들 우르르 된다고 하더라”고 사뭇 바뀐 분위기를 전했다.
27일 본회의장에 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변수다. 한 장관은 지난해 12월 민주당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가결 필요성을 설명하며 “돈 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녹음돼 있다”고 했다. 당시 체포동의안은 271명 중 161명이 반대해 부결됐는데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나를 지켜달라’는 노 의원의 절절한 호소와 한 장관 특유의 공격적 화법이 대비되면서 여당에서도 예상보다 많은 부결표가 나왔을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도 영장 청구 다음 날부터 전국 지역위원장에게 20쪽짜리 편지를 보내는 등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