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새해가 갓 열렸었던 그 때를 기억한다. 상상도 못했던 상황이 덮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무서운 놈’이 찾아왔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으니 참 끔찍한 전염병이었다. 요즘 세상에 ‘돌림병‘, ‘역병’이라니….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의 창궐로 세상이 멈췄다. 스포츠도 예외가 아니었다. 시즌이 이미 진행 중인 프로배구와 프로농구 등 일부 종목은 사상 초유의 중단 사태를 빚었고, 새 시즌을 기다리던 축구와 야구 등은 개막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어렵사리 개막이 결정됐으나 팡파르는 없었다. 관중은 마네킹이나 대형 플래카드로 바뀌었고, 함성과 야유 그리고 응원가는 대형 스피커 음향으로 대체됐다. 텅 빈 스타디움 스탠드를 앞뒤로 벤치의 부산한 외침과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의 고성이 그대로 미디어 트리뷴(기자석)으로 전달됐다.
너나 할 것 없이 적극적인 전력 보강에 임한 가운데 해외 전지훈련도 재개됐다. K리그1(1부)과 K리그2(2부) 구단들은 기다렸다는 듯 바다를 건너갔다. 상당수 팀들이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향한 가운데 울산과 전북은 각각 포르투갈과 스페인으로 떠났다. 물론 경남 거제를 찍고 제주로 향한 수원 삼성처럼 국내에서만 동계훈련을 가진 팀도 있으나 태국에서 1차 훈련을 한 뒤 일본 가고시마에서 2차 훈련캠프를 가진 FC서울과 같은 팀도 있었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진’과 그로 인한 격리, 훈련중단 사태는 빚어지지 않았다. 최근 돌아본 동계훈련 현장에서 팀 훈련이 없는 시간을 이용해 마스크를 벗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려는 선수들과 마주하는 일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지난해 초만 해도 인천 유나이티드 등 몇몇 팀들이 선수단 내 확진자 발생으로 인해 일정기간 동계훈련을 할 수 없었던 순간들을 떠올리면 몹시도 반가운 장면이었다.
‘비정상’이 비로소 ‘정상’으로 돌아온 2023시즌. 모두가 원한 결과를 얻을 수 없고 누군가 환한 웃음을 지을 때 또 다른 누군가는 눈물을 쏟아야 하나 새로이 열린 세상이 반가운 건 감추기 어렵다. 우리 모두 마음껏 응원하고 즐길 때가 왔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