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가산금리를 깎고 우대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다.
대통령과 금융당국의 “돈잔치”, “약탈적 영업” 등 연이은 질타로 은행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이를 달래기 위해 소비자 체감이 가장 큰 금리인하 카드를 내세워 수습하는 분위기다.
◇ KB·우리·카뱅 줄줄이 대출금리 인하…신한·하나·농협도 곧 결정
주요 시중은행 전경
상품별로는 KB주택담보대출(신잔액코픽스 기준)이 최대 0.35p, KB주택전세자금대출과 KB전세금안심대출, KB플러스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최대 0.55%p 인하된다.
국민은행은 앞서 지난해 12월 말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75%p 낮췄고, 올해 1월에도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금리를 각각 최대 1.05%p, 1.30%p 내린 바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고금리 장기화로 금융소비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금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실효성 큰 지원책으로 세 번째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는 당장 이날부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금리를 최대 0.70%p 인하했다.
카카오뱅크는 이와 함께 신용대출의 최대 한도는 기존 2억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마이너스통장대출은 2억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상향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 고객들의 이자 부담을 덜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폭넓은 금융 혜택을 제공하고자 최대 한도를 상향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과 카카오뱅크는 이번에 가산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우대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다.
우대금리 적용에 따라 신잔액코픽스 6개월 변동금리는 연 5.91∼6.71%에서 5.46∼6.26%로, 5년 변동금리는 연 5.24∼6.24%에서 5.04∼6.24%로 낮아졌다.
이 밖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NH농협은행도 대출금리 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3년후 금송아지보다 당장 물한모금” 압박에…채용확대 이어 금리인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2.15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이 지난달 “은행은 공공재 측면이 있다”는 발언을 시작으로,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은행의 돈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며 연일 질타를 쏟아내면서 은행권에 대한 비판 여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은행권은 3년간 10조원 이상 규모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내놨으나, 실제 은행이 출연하는 재원은 수천억원에 불과하고 나머진 보증을 통해 대출을 제공하는 ‘보증배수’ 효과로 채워져 공익 강화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에 대해 지난 17일 ”기여도를 폄훼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문제의 본질과 다소 어긋나 있는 측면이 있다“며 ”3년 후 금송아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 손에 물 한 모금을 달라는 니즈(수요)가 있는 것“이고 지적하기도 했다.
은행권은 이를 의식한 듯 전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상반기 약 2300명을 채용하는 등 올해 신규 채용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악화된 여론을 달래기 위해서는 먼 미래의 사회공헌 대책보단 당장의 금리인하가 금융소비자들에게 훨씬 큰 체감을 줄 것“이라며 ”앞으로 은행권의 금리인하 움직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