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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로 의료서비스 확장시키고 있는 병원들

입력 | 2023-02-22 03:00:00

경희의료원, 메타버스서 건강상담… 환자-보호자 위한 휴식공간 마련도
인하대병원은 검진센터 똑같이 구현… 미리 진료 정보 알 수 있도록 도와
국립암센터가 자체 개발한 ‘닥터메타’… 12개 센터와 연계해 지역 인프라 구축
분당서울대병원은 스마트 수술실 조성… 가상현실로 글로벌 연구회 열고 교육




“집에서 편안하게 병원에서 하는 건강강좌를 들을 수 있을까?”

명의들이 진행하는 건강강좌는 예전 같으면 병원에 방문해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제페토, 게더타운 등의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한다면 굳이 직접 참석하지 않더라도 집이나 직장에서 나의 아바타가 가상공간에서 강좌를 듣고 질문도 할 수 있다. 가상공간에서 같은 질환을 앓는 환우들과 대화하며 건강정보를 나눌 수 있다.

최근에 대형병원 중심으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확장현실(XR), 디지털트윈,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기술이 융합돼 구현되는 메타버스를 이용해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 보호자, 지역 주민들에게도 각종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내시경 시술 전 환자에게 차분한 분위기의 VR 화면을 보여주면 불안감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는 국내 첫 VR 진료로 메타버스가 의료 영역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를 보여줬다. 지난해 10월엔 미래 의료를 위해 메타버스를 의료에 적용하고 연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료 메타버스 학회(박철기 회장·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출범했다.

메타버스와 결합된 의료서비스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환자에게 제공될 수 있다. 현재 병원들은 이런 새로운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앞다퉈 메타버스 활용에 나서고 있다.


일반인 대상으로 한 메타버스 경희의료원


경희의료원은 공무원연금공단과 연계해 공무원에게 메타버스를 통한 건강상담을 제공한다. 경희의료원 제공

지난해 경희의료원은 메타버스 4종 채널을 홍보팀에서 자체적으로 기획해 제작한 후 메타버스 공간을 건강상담에 활용하고 있다. 경희의료원은 젭(ZEP), 게더타운, 제페토, 아트스텝스 총 4개의 메타버스를 선택했다. 대표적으로 운영하는 건강상담 채널은 메타버스 ‘젭’을 이용한 ‘건강상담센터’이다.

경희의료원은 ‘젭’을 기반으로 공무원연금공단과 협력해 매월 2회 이상 정기적으로 건강상담을 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서 처음으로 시작한 만큼 관심도 높고 인기도 많다. 최근엔 동대문구 보건소와도 협력해 일반인까지 대상 범위를 넓혔다.

최석근 경희의료원 홍보실장(신경외과 교수)은 “메타버스 건강상담 참석자는 많지 않지만 깊이 있는 상담이 가능해 만족도가 높다. 유튜브 라이브 건강상담과 같이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방식과 차별화된다”면서 “현재까지 총 170명 정도가 메타버스 상담을 받았는데 앞으로도 지속적인 건강상담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료진뿐 아니라 참석자들도 채팅창과 마이크로 직접 대화하는 등 아바타로 상담에 참여한다. 게임을 하듯 재미있고 본인의 궁금점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또 게더타운 ‘가상컨벤션센터’는 4개의 공간으로 이뤄져 있고 병원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병원사이트 연결, 중요 정보 안내 등 이용자가 병원을 연결하는 허브로 사용하고 있다. 제페토 ‘경희놀이터’는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휴식과 위로의 가상공간으로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오락 기능이다. 아트스텝스 ‘VR 역사전시관’은 가상의 전시관으로 의료원의 첫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주요 기록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았다.


메타 건강증진센터도 등장


인하대병원의 메타버스 건강증진센터 모습. 인하대병원 제공

인하대병원은 최근 ‘메타버스 건강증진센터’를 오픈했다. 검진 예정자들이 미리 센터를 체험하면서 각종 검사에 대한 궁금증과 걱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병원 내외부를 실제와 똑같이 구현해 마치 병원을 직접 방문한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가상공간 병원 로비에 들어서면 병원이 직접 제작한 의료정보 등의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병원 유튜브 채널과 홈페이지가 가상공간에 연결돼 있어 바로 이동이 가능하다. 진료 예약 및 결제, 검사 결과 확인 등이 가능한 ‘MY인하’ 앱을 내려받을 수 있다.

최지호 인하대병원 건강증진센터장 교수는 “건강증진센터는 예약-진료-검사가 한 공간에서 모두 이루어지는 곳이라 메타버스를 처음 시도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환자는 검진 과정을 미리 눈으로 확인하니 두려움과 궁금증 해소에 도움을 받고, 의료진은 똑같은 설명을 환자분들마다 전달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어 효율적으로 상담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체 개발한 플랫폼으로 인공지능과 연결, 해돋이 구현해 눈길


중앙대병원 환자와 보호자들이 메타버스로 해돋이를 보고 있다. 중앙대병원 제공

중앙대광명병원은 초연결을 실현하기 위해 디지털 세상에 병원을 그대로 구현하는 ‘메타버스피탈’(Metaverspital)을 구축하고 있다. 다른 병원들이 제페토, 로블록스 같은 외부의 플랫폼을 이용해 메타버스로 구현한 것과 달리, 중앙대광명병원은 자체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환자들은 ‘메타버스피탈’을 통해 병원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진료 절차와 상담 등 다양한 의료 경험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다. 현재는 의료법의 허용 범위를 감안해 실질적인 진료와 상담보다는 환자들이 병원 방문에 앞서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올 1월 1일에는 직접 방문이 어려운 입원환자와 보호자, 교직원들이 계묘년 새해 첫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도록 병원업계 최초로 ‘메타버스 해돋이’를 시행하기도 했다. 이철희 중앙대광명병원장은 “의료기관의 디지털 전환은 결국엔 환자 중심의 의료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메타버스 해돋이를 통해 답답한 입원 생활로 지친 환자분들이 희망을 갖고 쾌유하시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의사, 환자의 활용성을 높인 닥터메타 구축



국립암센터가 만든 메타버스 다학제콘퍼런스. 여러 명의 전문의들이 아바타 형식으로 가상공간에 모여 환자의 치료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국립암센터제공

국립암센터는 2021년부터 디지털콘텐츠 산업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한 지역 비대면·비접촉 디지털콘텐츠 육성사업에 참여해 닥터메타를 구축했다. 디지털콘텐츠 활용을 통해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고 지역적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실감형 콘텐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 인프라를 전국 12개 모든 지역암센터에 구축했다.

즉 ‘닥터메타’(Dr.Meta) 내 개발되는 5개의 서비스 모델은 △메타버스 다학제 콘퍼런스 △메타버스 장루(腸瘻)케어(의료진과 환자용 2개) △메타버스 캠핑 △메타버스 교육센터 등이다.

메타버스 다학제 콘퍼런스는 여러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각 전문 분야의 의료진이 가상공간에 한데 모여, 환자 관련 영상정보나 건강정보를 검토하고 최상의 진료 계획을 논의하고 협력하는 플랫폼이다. 특히 메타버스 장루케어는 장루 환자들이 질환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장루 주머니 관리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개발된 플랫폼이다. 처음 장루 시술을 받는 환자가 가상공간에서 AR 장루 착용에 대해 체험함으로써 일상생활 속에서 자가 케어를 능숙하게 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3차원 가상공간은 감염 우려가 없다는 장점도 있다.

또 메타버스 캠핑은 캠핑장을 본떠 만든 가상공간에서 환자와 가족, 의료진이 만나, XR 공간 내에서 소통할 수 있어 회복을 향한 의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윤정 국립암센터 암관리정책부장은 “가상공간에서 암 환자와 의료진에게 디지털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부 활동이 어렵거나 지역에 사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앞으로 국내외 의료시설과 연구원 등 여러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암 진료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양질의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술실을 메타버스화해 교육에 선도적인 역할


분당서울대병원이 메타버스를 통해 수술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분당서울대병원 수술부에는 의사가 음성으로 수술실 환경(조명 등)을 조정하고, 병원 내 병리과 검사실부터 외부에 있는 병원까지 의사소통이 필요한 곳 어디든 소통할 수 있는 영상 및 통신시스템이 구축된 ‘스마트 수술실’이 있다.

스마트 수술실엔 메타버스를 활용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춰져 있다. 즉 기존 4K 해상도수술 내시경과 수술 시야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3D 수술 내시경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화면, 360도 카메라를 이용한 8K 해상도 VR 영상 등을 제작할 수 있는 장비 등을 갖췄다. 수술 생중계도 가능한 시설이다.

스마트 수술실을 주도하고 있는 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아시아흉강경수술교육단을 만들어 ‘2021년 아시아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XR 기술 플랫폼을 활용한 ‘제6차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아시아 각국의 흉부외과 의료진 200여 명이 참석해 교육받을 만큼 호응이 뜨거웠다.

이같은 혁신적인 시도가 코로나19 시대를 만나 주목받으면서 전 교수가 총괄하는 ‘헬스케어 XR 글로벌 연구회’가 2021년 9월에 닻을 올리기도 했다. ‘헬스케어 XR 글로벌 연구회’는 국제 헬스케어 메타버스 콘퍼런스를 영국 맨체스터(2021년 1회), 분당서울대병원(2022년 2회)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콘퍼런스엔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총 26개국에서 400여 명 의사들이 대거 참여해 성황리를 이뤘다. 제3회 콘퍼런스는 올해 5월 25∼26일 두바이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의료계에선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과 의술이 결합하면 메타버스 의료서비스 분야도 선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분당서울대병원은 VR 장비를 활용해 실제 현장과 같은 환경에서 심정지 환자를 구조하는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월 25일 오픈한 분당서울대병원 ‘시뮬레이션센터’는 VR 고글과 센서가 내장된 마네킹 등이 갖춰진 환경에서 심폐소생술(CPR) 교육을 실시해 실제 현장과 같은 환경에서 CPR을 해볼 수 있는 교육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특히 마네킹에 부착된 센서를 토대로 항목별 점수화가 돼 사용자에게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며, 교육과정에도 지속해서 이것을 반영하는 식이다. 첨단 CPR 교육실로 인해 심정지 환자들을 구조할 수 있는 역량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 교수는 “차세대 인터넷 혁명인 메타버스는 확장 현실 기술을 중심으로 헬스케어 영역에도 점차 효과적으로 활용될 것이다”며 “앞으로 의료인 교육뿐만이 아니라 환자 안전, 고객 만족, 일반인 정보공유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외 고려대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서원희 교수도 1월 12일에 ‘올바른 생활 습관을 위한 어린이 건강 캠프 1기’를 개최하며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소아청소년 비만 자가 건강관리 서비스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대사증후군, 성조숙증 등의 각종 질환의 주요 위험인자일 뿐만 아니라 자존감 저하, 우울증, 교우관계의 문제도 일으킬 수 있어 예방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서 교수는 “소아청소년들이 스스로 흥미를 가지고 접근하도록 해 비만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