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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에 “광고 카피 만들어줘”…10년차 실무자의 평가는

입력 | 2023-02-21 16:35:00


최근 신학기 세일 관련 보도자료를 시험 삼아 챗gpt에 맡겨본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결과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품목 할인율 등 관련 정보 3~4 문장만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보도자료 양식과 문법을 제대로 숙지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라고 말했다’ 식의 보도자료 문체를 그대로 재현했고, 세일 기간도 ‘3월 1~31일’ 식으로 임의로 만들어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챗gpt를 활용해 보도 초벌 자료를 만들고 나중에 수정하는 방식으로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텍스트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활용한 홍보물 제작 시도가 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보도자료 제작 빈도가 높은 홍보업계다. 정해진 양식이 있는 보도자료 특성 상 조건만 잘 넣어주면 적당한 초벌 자료를 만들기 쉽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유통업체 홍보 관계자는 “통상 A4 용지 1장 분량 자료를 쓰는 데 한나절은 걸리는데 챗gpt를 활용하면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양식만 맞췄지 중요하게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표적인 텍스트 기반 광고인 카피라이팅에서도 챗gpt가 활용되고 있다.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는 지난달 10일 자신이 운영하는 통신사 ‘민트모바일’의 광고를 챗gpt로 만들어 공개했는데 ‘욕설을 포함해 라이언 레이놀즈 말투로 광고 영상의 대본을 작성하라’는 명령에 레이놀즈의 거친 말투를 재현한 광고를 만들어내 화제가 됐다.

이에 착안해 동아일보 취재팀도 챗gpt를 이용해 광고를 만들고 전문가들의 평을 들어봤다. 별다른 정보 없이 “동아일보 광고 카피 3개를 만들라”고 지시하자 챗gpt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뉴스의 힘을 느껴보세요’ ‘정치·경제·문화에 관한 신뢰감 있고 깊은 뉴스를 접하세요’ ‘정확하고 신뢰할만한 뉴스를 읽는 동아일보 독자에 합류하세요’ 같은 카피를 만들어냈다.

본보가 주관하는 ‘2023 동아마라톤’ 행사에 대해서는 구체적 설명을 주고 카피를 뽑아보라고 했다. △광화문에서 3월 중 주최 △광화문에서 출발해 잠실까지 달림 △올해로 93주년을 맞이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4년 만에 정상 개최 등의 정보를 줬다. 챗gpt는 ‘서울의 중심에서 역사 속을 달려보세요’ ‘광화문 광장에서 마라톤 전통을 함께하세요’ ‘다시 태어난 마라톤의 전설을 체험하세요’ 를 내놨다.

결과를 본 10년차 광고 카피라이터 A 씨는 “핵심 내용을 짧은 시간에 담아내는 능력이 뛰어나 보여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챗gpt 카피라이팅을 현업에 이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평이었다. 13년차 광고 제작 실무자 B 씨는 “창조적인 부분이 부족해 카피라이팅 훈련이 되지 않은 일반인이 쓴 문구 같다”고 말했다. 모 대형 광고사 관계자는 “타깃에 맞는 워딩을 찾는 과정은 빠를지 몰라도 문장력의 밀도가 낮고 문맥이 엉성하다”고 말했다. 한 광고 스타트업 대표는 “자율주행차의 운전 책임 문제처럼 챗gpt가 만든 광고의 공을 누가 받아야 할지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AI 의존이 인간의 창의성에 해가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모 대형 광고사 카피라이터는 “AI에 카피라이팅이 과도하게 의존하면 카피라이터나 크리에이터에게 필요한 깊이 있는 고민이나 사고력이 퇴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