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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들리던 ‘쿵 쿵’ 소리, 메모 한 장으로 해결 [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입력 | 2023-02-22 08:00:00


층간소음의 고통에 대해 피해 호소인들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합니다. 소음 자체가 심각할 정도로 큰 경우도 있고, 때로는 피해자의 성격이 남들보다 예민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소음을 줄이는 것이 현실적이지 수 십년 살아온 사람의 성격을 바꾸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병원에 간다고 해서 매일 지속적으로 들리는 고통이 완화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층간소음은 발생원도, 발생시간도, 대응방법도 갖가지입니다. 수많은 개별 사정에 따라 수많은 대처방안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층간소음을 위해 비교적 쉬운 방법이 있는데 몰라서 혹은 효과에 대한 의심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아래 내용은 실제 사례입니다. 층간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매일같이 들리던 ‘쿵 쿵’ 소리, 메모 한 장으로  큰 효과
전북 군산에서 작년 10월에 지금의 아파트에 이사를 온 주부입니다. 이사를 온 다음날부터 매일같이 위층에서 ‘달그락 달그락’ 소리, 바닥에 물건을 패대기 치는 듯한 소리, 발걸음 소리, 쿵 쿵 찍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내집에서도 마음 편히 쉬지 못했지만 ‘이러다가 말겠지’하며, 소리가 심할 때는 외출을 하거나 주말에는 캠핑을 하며 집에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였습니다. 집에 있다가는 정말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살인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참다못해 윗집에 항의를 하면 윗집 아주머니는 “그 동안 다른 집은 조용하게 잘 지냈는데, 왜 이렇게 유난스럽게 구느냐”며 “우리 집에는 그런 소리를 낼 사람이 없으니 아주머니나 병원에나 가보라”며 오히려 나무랐습니다.

억울하기도 하고 순간적으로 감정이 올라와 ‘정말 죽일 수도 있겠다’는 불쑥 들었습니다. 남편과 상의한 후에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그 동안의 층간소음의 피해를 당한 이야기를 하고 함께 위층에 올라가 주의를 줄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관리소장과 윗집을 방문해 관리소장이 “아랫집이 층간소음으로 괴롭다고 한다” “그 이전 의 이 집 사람도 이사가기 전까지 다들 참고 살았다고 한다”며 주의를 부탁했습니다.

윗집 아주머니는 탐탁지 않은지 문을 확 닫으며 “알겠다” 하길래 일단락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날 이후로 층간소음이 더 심해졌습니다. 심지어 모임을 하는지 대낮부터 저녁까지 바닥 치는 소리, 쿵쿵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날들도 많았습니다.

좋게 넘어가자던 남편도 더는 못 참겠는지 관리소에 다시 말을 했습니다. 윗집에서는 “우리는 뛰지 않았다”면서 “아래층에서 말을 하는 것이냐”고 화를 냈다는 겁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자 관리소장이 우리와 유사한 층간소음 피해 사례에 대해 전문가의 해결 조언이 담긴 자료를 주었습니다. ‘설마 이렇게 하면 될까’ 싶었지만 전문가가 제시한 해결 방법대로 ‘가장 피해가 심각한 소음원을 바닥을 쿵 쿵 찍는 소리와 발걸음 소리’로 적시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피해가 심한 시간대도 밤 8시 이후와 이른 아침 6시~7시’를 명시했습니다. 그리고 이 쪽지를 관리소장님에게 전달하고 윗집의 현관문에는 간단하게 포스트잇 형태로 붙였습니다.

그리고 관리소장이 윗집에 “현관문에 메모가 있으니 확인하라”고 윗집 아줌마와 통화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랫집에서 다른 소음은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있는 만큼 메모지에 있는 소음과 시간대에는 최대한 주의해달라”는 내용의 아파트 공문을 윗집에 전달해 주었습니다.

그 절차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현재는 층간소음이 많이 좋아져 살만합니다.‘진즉 이 방법을 썼더라면’ 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어려운 방법도 아니었는데 큰 효과를 보니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 팁’ 층간소음 해결의 골든타임은 발생 후 6개월 이내이고, 길면 1년입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소음발생이 이웃간 감정문제로 확대되기 쉽습니다. 미루지 말고 이 기간 내에 문제 해결 노력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직접 접촉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말싸움을 감정이 격화되기 십상입니다. 위 사례처럼 관리사무소를 통해 가장 심각한 소음원과 피해 시간대를 윗집에 알린 뒤, 현장에서 함께 들으며 객관성을 확보하십시오. 그리고 말이 아니라 간단한 메모를 통해 이를 인지시켜 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현재 층간소음이 줄어든 효과를 보고 있다니 다행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소음 발생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그 경우 같은 방법을 반복해 문제를 상기시켜주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