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당국 압박뒤 금리조정 KB, 석달새 3번째 대출금리 인하… 카뱅, 마통 등 최대 0.7%P 내려 사회공헌 이어 예대금리차 줄이기 “압박보다 합리적 산정체계 필요”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돈잔치’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자 주요 은행들이 일제히 금리를 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 대출 금리는 최저 연 4%대까지 떨어졌다. 2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금리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금융당국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은행권에 대해 ‘돈잔치’를 벌인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자 주요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최저 4%대까지 줄지어 인하하고 있다. 당국의 압박이 있을 때마다 은행들이 허겁지겁 금리를 조정하는 혼란을 막기 위해 은행 간 경쟁을 강화하고 합리적인 금리 산정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KB·우리·카뱅, 줄줄이 대출 금리 인하
● 지적 나올 때마다 출렁이는 금리… “근본적 해결책 아냐”
은행들은 지속된 고금리의 수혜를 입으며 지난해에만 수십조 원에 이르는 이자이익을 냈다. 지난해 8월 공시가 시작된 이후 점차 줄어드는 추세였던 5대 은행의 가계 예대금리 차(정책서민금융 제외)도 지난달 다시 일제히 커졌다.최근 ‘이자 장사’ 지적이 이어지자 은행권은 지난주 3년간 최대 10조 원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발표했지만, 실제 출연하는 재원은 7800억 원뿐이고 나머지는 보증 등을 통한 간접 지원 효과라는 점이 알려져 ‘부풀리기’ 논란이 일었다.
이에 은행들은 대출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금리 인하와 예대금리 차 축소 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저금리 때부터 은행들은 사회공헌에 꾸준히 나서고 있는데 성과급 등 일부 요소만 부각돼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소비자의 어려움이 크다는 점에 공감해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금리 인하를 우선 시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압박이 있을 때마다 금리가 요동치는 현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에 당국이 계속 개입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인터넷은행 등을 활용해 은행 간 경쟁을 촉진시키면 금리가 자연스럽게 조정될 것”이라고 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예금과 대출 금리 간 시차를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인 금리 산정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