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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연과 더불어 연초 흡연자를 더 나은 대안제품으로 이끌길”

입력 | 2023-02-22 03:00:00

토마소 디 조반니 PMI 부사장

연초보다 유해물질 적은 전자담배
흡연자들에게 선택지 될 수 있도록
美-英 등 연초-전자담배 차등규제

한국 “전자담배도 해롭다” 규제 동일
비연소제품 갈아타는 속도 둔화
연초 흡연자 전환 도울 환경 조성을



토마소 디 조반니 PMI 부사장은 “금연을 하는 게 최선이지만 그렇지 못한 흡연자들에게는 태워서 피우는 담배와 비연소 담배의 유해성 차이에 대한 정보를 구분해서 알리는 정부가 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연초를 피우다가 오래전에 궐련형 전자담배로 바꿨다고 했다. 한국필립모리스 제공


담배 업계가 궐련형 전자담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세계 최대 민영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의 한국 법인 한국필립모리스는 작년 말과 올해 잇달아 3개의 전자담배 기기를 선보였다. 국내 담배회사인 KT&G는 전자담배 수출 확대를 위해 PMI의 국제적인 유통망을 활용하는 15년 장기 협약을 최근 PMI와 맺었다. 여기에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도 한국 시장에 신제품을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담배 업계는 ‘태워서 피우는 담배(연초)’가 수백 년 만에 없어지는 전환점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을 몇 년 전부터 내놓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물질 발생이 적어서 연초 흡연자에게는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물질을 태우면 유해물질이 많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방향 전환이지만 비연소 제품인 전자담배(크게 궐련형과 액상형으로 나뉨)를 대하는 각국 정부의 태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PMI의 토마소 디 조반니 부사장(49)을 서울 영등포구 한국필립모리스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세계 약 180개 시장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PMI의 국제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고 있다. 대외업무를 맡은 경험도 있어 담배 규제와 정책에도 정통하다. 각국 정부의 전자담배에 대한 태도와 담배 사업의 변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자리에 있는 셈이다.


-연초든 전자담배든 해로운 건 마찬가지 아닌가.

“흡연은 중독성이 있고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연초의 연기에 존재하는 유해물질의 대부분은 연소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궐련형 전자담배처럼 연소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가열형 제품 등은 분명히 연초보다 더 나은 선택이다. 이런 제품들은 유해물질 배출을 크게 낮춰 준다. 그래서 많은 국가들이 이런 장점을 이해하고 두 제품의 카테고리를 차별적으로 규제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연초처럼 태우는 연소 제품과 궐련형 전자담배, 액상형 전자담배, 스누스(구강흡수형 담배 제품) 같은 비연소 제품을 구분해서 규제하는 것이다. 연초 흡연자들을 더 나은 대안으로 유도하려는 의도다.”

-어떤 나라가 어떤 차별적 규제 정책을 펴고 있나.

“연초와 비연소 제품에 대한 차별 규제의 선두 주자는 미국이다. 2008년 미국 의회는 식품의약국(FDA)에 공중보건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규제를 마련하라고 요청했다. 2012년에는 FDA가 이를 실행했고, 이후 차별 규제 정책을 선도하고 있다. 제조업체들이 주장하는 건강상 이점에 대해 FDA가 여러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에 인가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PMI의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쳤고, 아이코스는 연초에 비해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을 상당히 줄여준다는 사실과 함께 위해저감담배제품(MRTP)으로 인가를 받았다. 그리스는 우선 제조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주장에 근거가 없다면 규제 당국이 사후에 인가를 취소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연초와 전자담배를 차별화해 규제할 뿐 아니라 흡연을 지속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전자담배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 덕분에 영국 연초 흡연자의 3분의 1이 전자담배로 전환했다. 이탈리아, 포르투갈, 불가리아, 필리핀과 뉴질랜드 등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 역시 차별적인 규제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그런데 전자담배가 덜 해롭다는 것이 확실하기는 한가.

“회사 내부는 물론 수많은 외부 및 독립 연구기관의 연구 결과가 있다. 연초와 비교하면 비연소 제품은 유해 화합물의 배출이 90∼95% 줄어든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결론이다. 회사가 진행한 여러 건의 임상연구 또한 일정 기간 아이코스를 사용한 사람과 일정 기간 금연한 사람이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우리는 역학적인 연구 조사도 시작했다. 일본에서 심혈관 질환 입원율을 조사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연구에서는 아이코스로의 전환과 입원율 감소 간에 명백한 상관관계를 볼 수 있었다. 또 미국 FDA 외에 네덜란드와 독일을 포함한 많은 정부의 연구기관들과 독립 연구기관들의 증거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들의 연구 결과 비연소 제품은 연초에 비해 유해 화합물의 발생을 낮춰주고 또 연초보다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PMI는 비흡연자에게 전자담배를 권하는 것을 절대 금하고 있다. 계속 흡연 의사가 있는 성인 흡연자에게만 전자담배로의 전환을 권유토록 돼 있다. PMI의 모토는 ‘연초를 안 피운다면 시작하지 말고, 흡연한다면 금연하고, 계속 흡연하려 한다면 전환하라’다.

-한국은 어떻다고 파악하고 있나.

“영국과 일본은 연초 흡연자의 3분의 1이 전자담배로 전환했다. 리투아니아의 경우 연초 흡연자의 아이코스 전환율이 40%에 달한다. 한국도 초반에는 전환에 있어 선두 주자였다. 규제당국이 소비자들에게 ‘혼란스러운 정보(PMI는 한국 규제당국은 전자담배도 연초와 똑같이 유해한 담배라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고 본다)’를 전달하기 시작한 2018년 이전까지는 전환의 속도가 매우 빨랐다. 하지만 그 이후 전환 속도가 둔화됐고 일부 흡연자들은 전자담배로 전환했다가 연초 흡연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공중보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해 왔던 한국이 금연에 힘을 쏟는 동시에 연초 흡연자들이 더 나은 대안으로 전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를 바란다.”

-전자담배도 100% 안전한 것이 아니라면 모두 끊으라고 하는 방향도 맞지 않나.

“우리는 규제당국이 새로운 데이터와 과학적 증거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전적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규제 당국이 기존의 선입관에 의해 이런 제품을 바라본다면 중요한 사실과 메시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만약 정부의 메시지가 연초와 비연소 제품이 동일한 수준으로 유해하다는 부정확한 내용이 전달된다면, 이는 흡연자들을 혼란하게 만들어 이들이 건강을 위한 더 나은 대안으로 전환하는 것을 줄이는 동시에 계속 연초를 피우도록 만들 것이다. 또 이런 일은 흡연자들의 건강과 한국의 공중보건에도 해가 될 것이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계속 과학적인 증거를 공유할 것이다. 한국의 규제 당국이 기존의 결론을 재검토할 것으로 희망한다. 한국의 흡연자들은 비연소 제품의 리스크와 이익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받을 권리가 있다.”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은…


비연소 제품에 14조원 투자
헬스케어-웰니스 분야도 진출



한국필립모리스 경남 양산 공장 전경. 궐련형 전자담배 스틱 ‘테리아’를 생산한다. 한국필립모리스 제공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은 17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 1위 민영 담배 회사다. 1847년 영국 런던의 한 담배 가게에서 시작됐다. 20세기 초 미국으로 이전해 글로벌 회사로 성장했다. 2008년 미국 알트리아그룹에서 분사해 PMI가 생겼다. 현재 PMI의 운영본부는 스위스 로잔에 있다.

PMI는 2008년부터 연초 판매를 완전히 중단하는 것을 목표로, 과학적으로 입증된 비연소 제품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데 105억 달러(약 13조70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PMI 순매출의 32% 정도가 이미 비연소 제품에서 나오고 있다. 전통적인 담배 비즈니스 외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헬스케어와 웰니스 분야를 주목하며 관련 분야 기업들을 인수했다. 구강을 통해 약물을 전달하는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퍼틴 파마, 에어로졸 형태의 약물 흡입 제품을 보유한 벡추라와 오티토픽 등이다. 비연소 제품 개발 및 연구과정에서 얻은 성과와 이들 분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2025년까지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한국필립모리스는 PMI의 현지법인으로 1989년 설립됐다. 서울 본사와 경남 양산 공장, 그리고 전국의 영업 사무소에서 약 1000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양산 공장은 2018년부터 아이코스의 전용담배 ‘히츠’를, 2022년부터는 아이코스 일루마 시리즈의 전용담배 ‘테리아’를 생산하고 있다.





조반니 부사장은…△1994∼1999년 이탈리아 보코니대 경영학 및 행정학 전공
△2001년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 사업개발팀 입사
△2002∼2013년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대외업무 담당 매니저로 프랑스 스위스 미국 브라질 근무
△2013∼2016년 비연소 제품 커뮤니케이션팀 글로벌 헤드
△2016∼2018년 위험감소제품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2019년∼현재 국제커뮤니케이션 부사장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