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으로 번지는 ‘우크라 전쟁 1년’ 각각 우크라와 러시아 지원… 폴란드 “우크라 다음은 우리” 긴장 벨라루스 “침략당하면 15만명 모병”… 서방 “러-벨라루스 올림픽 출전 반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4일로 1년을 맞는 가운데 각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지원하는 폴란드와 벨라루스의 갈등 또한 고조되고 있다. 폴란드가 이달 들어 두 곳의 벨라루스 국경 검문소를 폐쇄하자 벨라루스는 외교관 추방 등으로 맞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및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과거 제정 러시아와 소련의 압제에 시달린 폴란드는 러시아 견제를 위해 서방과 더 밀착하려 한다. 1994년부터 집권 중인 ‘동유럽 최후의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반대파 탄압을 위해 러시아의 지원이 절실하다.
이 와중에 루카셴코 대통령은 20일 “벨라루스가 침략당하면 최대 15만 명 이상의 모병이 가능할 것”이라며 새 민방위군 창설을 예고했다. 벨라루스가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서방과 러시아의 ‘대리전쟁’ 전선이 두 나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 “국경 폐쇄” vs “외교관 추방”
폴란드 PAP통신 등에 따르면 폴란드는 21일 오후 7시부터 벨라루스 국경지대의 ‘쿠쿠리키 코슬로비체’ 검문소를 폐쇄한다. 벨라루스가 이날 폴란드 외교관 세 명을 추방하자 즉각 대응한 것이다. 폴란드는 9일에도 다른 검문소를 폐쇄했다. 벨라루스 법원이 루카셴코 정권을 비판한 폴란드 언론인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데 따른 보복이었다. 약 400km의 국경을 맞댄 두 나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6곳의 검문소를 운영했다. 코로나19 이후 3곳이 폐쇄됐고 이달 2곳이 문을 닫아 1곳만 남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놀란 폴란드는 국방력 강화에 부쩍 힘쓰고 있다. 지난해 ‘자국 주둔 미군 증원’을 얻었다. 전쟁 전 약 4500명이던 주폴란드 미군은 지난해 6월 1만1600명으로 늘었다. 이 중 일부는 동유럽 최초의 ‘상시 주둔 미군’이다. 러시아의 침공 직후부터 우크라이나 난민을 적극 수용한 데 따른 일종의 ‘보상’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14일 기준 폴란드에는 전체 우크라이나 난민(808만 명)의 19%인 156만 명의 난민이 있다. 의회는 국방 예산을 NATO의 권고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2%보다 많은 3%로 증가시키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벨라루스는 사실상 러시아에 기대 국가를 운영한다. EU에 따르면 러시아는 벨라루스의 최대 투자국이며 전체 교역의 49%를 담당한다. 소련 시절 공산당 간부였던 루카셴코 대통령은 2020년 장기 집권을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 때 러시아의 지원을 얻어 진압했다. 미 CNN 등은 러시아군이 지난해 초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진격할 때 벨라루스가 자국 영토를 일종의 ‘기지’로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 서방 “러-벨라루스 선수, 파리 올림픽 금지”
한국 미국 영국 등 35개국 정부는 21일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의 2024년 파리 올림픽 출전 허용을 반대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로 인한 파괴가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두 나라 선수가 개별적으로 경기에 참여할 길을 열어주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제안에 많은 의문과 우려가 있다”며 특히 러시아 선수가 러시아군과 밀접한 관계임을 지적했다. 윤강로 한국스포츠외교연구원장에 따르면 러시아 대표선수 중 약 75%가 군팀 소속이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