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학교에서 2023년 겨울 학위수여식을 마친 졸업생들이 취업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국내 대기업에 대한 MZ세대의 호감도가 비호감에 비해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30세대는 정부·공무원이나 국회·정치인보다 기업과 기업인을 더 신뢰한다고 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대 이경묵 교수팀과 함께 20, 30대 500여 명을 대상으로 기업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대중이나 정치권에서 확산돼온 반(反)기업 정서가 기업 경영 활동을 가로막는 걸림돌이었는데 미래세대인 청년층에서는 이를 뒤집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특히 MZ세대들은 이번 조사에서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해 국가 경쟁력을 높인 우리 대기업을 세계무대에서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손흥민, 방탄소년단(BTS)과 같은 국가대표로 여긴다고 했다. 해외 기업들과 비교해 국내 대기업의 제품·서비스 품질이 좋고,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며, 혁신 역량이 높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들은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했는데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과거 각종 여론조사에선 국내 반기업 정서가 위험 수위라는 결과가 잇따랐다. 압축적인 경제 성장 과정에서 불거진 정경 유착과 특혜 시비 등이 기업 불신으로 이어진 탓이다. 일부 기업의 편법 승계, 일감 몰아주기 등 위법 행위와 연이어 발생한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도 반감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경제 문제를 진영논리로 바라보며 대기업을 적대시한 정치권의 책임도 적지 않다.
MZ세대를 주축으로 반감이 호감으로 반전된 것을 기업들은 사회 전반의 반기업 정서를 되돌리는 중요한 계기로 삼길 바란다. 행여라도 불투명한 경영 행태가 되살아난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청년층 기대에 호응해 과감한 투자와 신사업 발굴로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것도 급선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고 고객, 주주,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정부 역시 과감한 규제·노동 개혁으로 기업들의 기를 살리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