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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최-김-나, 피할곳 없어”… WBC 최강 중심타선

입력 | 2023-02-22 03:00:00

‘배팅볼’ 김민호 코치도 혀 내둘러
“5개씩 치는데 평균 2, 3개가 홈런… 이대호-김태균에 뒤지지 않아”
김경문 “대표팀 타순에 ‘왼손’ 많아… 오른손 거포들 활약따라 성적 좌우”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의 공격을 이끌 중심 타선은 역대 최강의 화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왼쪽 사진부터 박병호(KT) 최정(SSG) 김현수(LG) 나성범(KIA). 김현수는 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다. 투손=뉴스1


“내 배팅볼 (투수) 인생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맞고 있는 것 같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의 작전·주루 코치를 맡고 있는 김민호 코치(54·LG)는 선수들 사이에서 ‘배팅볼의 달인’으로 불린다. 대표팀 전지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스포츠콤플렉스에서 21일 만난 그는 “준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 제2회 WBC를 포함해 여러 국제대회에 코치로 참가하며 배팅볼을 던져 봤지만 올해 대표팀 중심 타선은 역대 최강이라 할 만큼 페이스가 좋다”고 말했다.

선수 시절 어깨가 강한 유격수로 유명했던 그의 배팅볼은 타자 입장에서는 ‘치는 맛이 있다’고 한다. 볼 끝에 힘이 있는 데다 제구도 좋다. 커브와 슬라이더 등 변화구도 타자들의 요청에 맞게 잘 던져준다. 그는 선수 은퇴 후 코치가 된 2003년부터 20년간 쉬지 않고 배팅볼을 던져 왔다.

김 코치는 대표팀 프리 배팅 훈련 때 하루 300개 안팎의 배팅볼을 던진다. 그가 특히 혀를 내두른 선수들은 박병호(37·KT), 최정(36·SSG), 김현수(35·LG), 나성범(34·KIA)으로 이뤄진 4명의 중심 타선이다. 이 4명의 타자는 김 코치의 배팅볼을 연신 담장 밖으로 넘겼다. 한 명이 타석에 한 번 들어서 배팅볼을 5개씩 치는데 평균적으로 2, 3개 타구가 홈런이었다. 나성범은 5개의 배팅볼을 모두 홈런으로 연결하기도 했다.

현재 대표팀은 투수들보다 타자들의 컨디션이 좋은 편이다. 20일 KIA와의 연습경기에서는 19안타를 몰아쳤고, 17일 NC와의 연습경기에서도 14안타를 합작했다. 더 고무적인 것은 중심 타자들의 활약이다. 20일 경기에서 클린업트리오(3∼5번)를 이룬 최정 김현수 박병호는 모두 안타를 기록했다. 김현수는 1타점, 박병호는 희생플라이까지 포함해 2타점을 올렸다. 세 선수는 17일 NC전에서도 4안타를 합작했다. 최정은 올해 첫 실전이었던 이날 첫 홈런포까지 쏘아 올렸다. 6번 타자로 나섰던 나성범도 우전 안타를 때렸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9전 전승으로 ‘퍼펙트 우승’을 일군 김경문 전 대표팀 감독은 “오른손 거포들의 활약에 따라 대회 성적이 좌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전 감독은 “대표팀 타선에 좋은 왼손 타자들이 많다 보니 WBC 본선 1라운드 상대인 호주나 일본이 왼손 투수들을 기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오른손 타자인) 박병호와 최정 등이 중요한 순간 한 방씩 쳐 주면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표팀 타선은 짜임새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테크니션이라고 할 수 있는 이정후(25·키움)는 톱타자를 비롯한 상위 타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3월에 대표팀에 합류하는 두 명의 메이저리거 김하성(28·샌디에이고)과 토미 에드먼(28·세인트루이스) 역시 정교함과 장타력을 모두 갖추고 있어 활용도가 높다. 소속 팀에서 중심 타선을 맡는 포수 양의지(36·두산)는 대표팀에선 하위 타선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김 코치는 “내 기억에 배팅볼을 가장 잘 쳤던 선수는 은퇴한 이대호(41)와 김태균(41)이었다. 그런데 이번 대표팀 중심 타선이 그에 뒤지지 않는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말했다.

투손=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