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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핵무기감축 조약 종료” 바이든 “자유를 위해 싸워야”

입력 | 2023-02-22 03:00:00

우크라戰 1년, 7시간차 ‘연설 전쟁’
NYT “두 냉전 전사의 대리전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도착한 열차 복도에 서 있다.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앞두고 폴란드에서 기차를 타고 키이우를 찾은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복 전쟁은 실패하고 있다”고 선언했다(왼쪽 사진). 반면 푸틴 대통령은 21일 국정연설을 통해 “우리는 서방의 전쟁을 멈추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것”이라며 전쟁의 책임을 서방에 돌렸다. 그가 국정연설이 이뤄진 수도 모스크바의 한 전시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키이우·모스크바=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사흘 앞둔 21일(현지 시간) ‘맞불 연설’에 나섰다. 미국 주도의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러시아·중국 중심의 권위주의 진영 간 대결이 더욱 격화되는 모습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낮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국정연설을 통해 “서방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확장하고, 그 우산으로 우리를 덮으려 한다”며 “전쟁에 책임 있는 것은 그들이며 우리는 전쟁을 멈추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러 간 핵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저녁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연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 전쟁은 (지역 분쟁이 아니라) 민주주의 파괴자들과 지지자들의 경쟁”이라고 규정했다고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아무리 오래 걸려도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7시간 차를 두고 이어진 두 정상의 연설에 대해 “극명하게 다른 세계관이 화면 분할이라는 드문 순간을 통해 생생하게 드러났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두 ‘냉전 전사(cold warrior)’의 대리전이 됐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전세계가 우크라 편”… 푸틴 “러 패배시키는건 불가능”



美-러 정상 ‘맞불 연설’

푸틴 “러 핵전력 현대화” 또 핵위협
바이든, 서방의 우크라 지지 강조
젤렌스키 “中, 러 지원땐 3차대전”
美, 바이든 키이우 방문 러에 통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사흘 앞둔 21일(현지 시간) 수도 모스크바 의회 국정연설에서 전쟁 개전 및 확전을 서방 탓으로 돌렸다. 이어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가 올봄 대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전력을 지원하는 서방 국가를 압박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같은 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최전방인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맞불 연설’을 통해 서방 진영에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침략자들과의 물러설 수 없는 결전”을 강조했다. 신(新)냉전의 양축인 두 정상이 약 1000km 떨어진 유럽 도시에서 서로를 향해 날 선 발언을 쏟아낸 것은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의 대립에서 자신들의 승리를 굳히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 푸틴, 탈냉전 상징 ‘뉴스타트’ 파기

푸틴 대통령은 이날 2시간에 가까운 의회 국정연설에서 “러시아를 전장에서 패배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우크라이나를 찾아 “푸틴의 정복 전쟁은 실패했다”고 말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맞대응으로 해석된다. 그는 매년 초 국정연설을 통해 정국 운영 방침을 밝혔지만 지난해에는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이유로 국정연설을 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정연설에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멀리 밀어낼 것”이라며 “러시아의 핵전력은 현대화됐고 국가 방위를 위한 준비가 돼 있다”며 또다시 핵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미국 프랑스 영국이 핵무기를 모두 러시아에 겨냥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는 이어 2011년 발효된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감축 조약인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하며 “미국이 먼저 핵무기를 시험하면 러시아도 핵무기를 시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실전 배치한 핵탄두 수를 각 1550기 이하로 줄이고, 상호 핵시설을 사찰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러시아가 뉴스타트를 거부하면서 탈(脫)냉전을 상징했던 양국의 핵 군축 합의가 모두 무효화됐다.

2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바르샤바에 도착했다. 그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포함해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합병 후 결성된 ‘부쿠레슈티 나인’ 지도자들을 만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우크라이나에서는 “민주주의는 건재하다. 세계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각각 1942년생과 1952년생인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사실상 직접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계속 부딪혀 온 냉혈 70대 지도자(푸틴 대통령)와 막 80이 넘은 지도자(바이든 대통령)가 직접 전쟁을 벌이기 직전까지 이르렀다”고 해석했다.


● 美, 바이든 키이우 방문 전 러에 통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일 독일 유력 일간지 ‘디벨트’ 인터뷰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지원한다면 제3차 세계대전이 발생할 수 있다”며 미국의 추가 지원을 압박했다. 중국의 러시아 지원 가능성을 감안할 때 미국이 반드시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이 남긴 각종 후일담도 화제다. 미 언론은 현직 대통령이 미군이나 동맹국 군대가 상황을 통제하지 않는 ‘전쟁 지역(War Zone)’을 방문하는 점은 지극히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 이틀 전인 17일 직접 우크라이나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안을 우려해 그가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 대신 국내 이동에 사용하는 ‘에어포스 투’를 탔다고도 했다. 백악관이 대통령과 동행한 취재기자 2명에게 보낸 일정 안내 이메일의 제목 또한 ‘골프 대회 지침’이었다.

백악관은 러시아와의 충돌을 우려해 대통령의 출발 몇 시간 전 러시아 측에 이를 사전 공지했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의 반응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언급해 러시아의 격한 반발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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