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권거래소 모습. 뉴욕=AP뉴시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발 고강도 긴축 우려 확산에 21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가 2% 안팎으로 급락했다. 두 달 여 만의 최악의 낙폭이다. 미 국채금리도 급격히 뛰어오르며 연준발 긴축 공포를 반영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700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2.06% 하락으로 3만3129.59에 거래를 마쳤다. 미 CNBC 방송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12월 15일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폭이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81.75포인트(2.0%) 낮은 3997.3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94.97포인트(2.50%) 내려간 1만1492.30에 장을 마쳤다. S&P 500 지수에 포함된 90% 가량 기업 주가가 모두 하락했다.
미국 휴일인 ‘대통령의 날’로 나흘 만에 개장한 이날 증시 급락은 미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 속에 연준발 금리 인상 공포가 시장을 억눌렀기 때문이다. 1월 전월 대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0.5%로 12월(0.1%)에 비해 높아졌고, 전월 대비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 역시 0.7%로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높았다.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 격이라 시장의 인플레이션 불안감이 더 높아졌다.
이에 따라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투자자들은 연준이 6월까지 3회 연속 0.25%포인트를 올려 미 기준금리가 5.25~5.50% 이상이 될 가능성을 21일 밤 기준 73.8%로 보고 있다. 한 달 전만해도 3% 수준이었다. 연준 내 대표 매파인 제임스 블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이 “다음달 0.5%포인트 인상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혀 3월 빅스텝(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20% 이상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연준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이날 4.7% 이상 뛰어올랐고, 시장 벤치마크 금리인 10년 만기 금리는 3.95%까지 뛰었다. 이달 초 3.4%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3주 만에 0.5%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제프리 로치 LPL 파이낸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강한 고용과 탄력적인 소비자 수요는 연준이 여름까지 금리를 올리도록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뜨거운 미 경제와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으로 미 기준금리가 5%대 이상에서 장기화된다면 미 경제가 이를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미 경제의 ‘연착륙’이나 ‘무착륙’ 시나리오가 실현되려면 소비가 계속해서 뒷받침해줘야 한다. 하지만 이날 월마트는 연준의 긴축 장기화가 소비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올해 실적 둔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리는 경기침체로 기울어질지도 모르고 , 소비자들의 지출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겠다. 앞날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경제 전망에 대해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체인 홈디포도 주택 경기 하강에 따르 주택자재 및 홈 인테리어 부문 소비 감소와 인건비 상승의 영향으로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에릭 존스턴 칸토어 피츠제럴드 애널리스트는 “더 이상 미국이 연착륙 혹은 계속해서 성장하는 ‘무착륙’에 이를 것이란 견해해 동의할 수 없다”며 “현재 경제의 성과는 앞으로 6~12개월 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다”라며 여전히 경기침체를 우려해야한다고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