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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가 만든다는 ‘챌린저뱅크’는 무엇…해외 사례 살펴보니

입력 | 2023-02-22 11:44:00


금융당국이 은행 과점 체제 해소 방안으로 은행 인허가를 세분화하는 ‘스몰라이선스’와 영국식 ‘챌린저 뱅크’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관심이 쏠린다. 금융당국은 새로운 ‘메기’를 투입해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는 동시에, 임원이 업무 관련 손실을 냈을 경우 성과급 등을 환수하는 방안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해 기존 은행권 내 경쟁 뿐만 아니라 은행권과 비은행권간 경쟁, 스몰라이선스·챌린저 뱅크 등 은행권 진입정책, 금융과 IT간 영업장벽을 허물어 실질적인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 등 다양한 경쟁촉진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스몰라이선스란 소규모·특화 금융회사 신설이 용이해지도록 개별 금융업의 인·허가단위를 세분화하고 진입요건도 완화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업의 인허가 단위를 쪼개 핀테크 기업 등에 필요한 업무만 빠르고 쉽게 인허가를 내줄 수 있게 되는 것으로, 지난해 금융당국이 실생활 밀착형 소액 간단보험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소액단기보험회사‘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은행권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과 스위스는 핀테크 기업 등에게 제한적 범위의 은행업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있으며, 단 예금자보호를 적용하지 않거나 예금 업무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스몰라이선스를 통해 고민하고 있는 모델은 영국식 ’챌린저 뱅크‘다.

영국은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존 금융기관 중심의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이 대두되면서, 기존 대형 은행 중심의 과점 체재를 해소하기 위해 ’챌린저 뱅크‘를 도입했다. 지난해 2월 기준 영국 내 26개의 챌린저 뱅크가 있으며, 영국 성인의 4분의 1인 1400만명이 챌린저 뱅크 계좌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챌린저 뱅크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측면에서는 기존 은행의 인터넷 뱅킹, 인터넷 전문은행과 유사하지만, 기존 금융서비스의 보수적인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추구하고 개인영업, 기업영업, 주택담보대출 등 특정 서비스에 특화돼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점과 인력에 드는 비용을 절감해 고객 중심의 단순한 상품과 저렴한 수수료를 제공하고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통해 간편 대출, 소상공인 대출 등 특정 분야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특징이다.

영국의 ’3대 챌린저 뱅크‘는 레볼루트·몬조·스탈링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 중 하나인 레볼루트는 ’유럽 최초의 위챗‘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영국에서 최대의 기업 가치를 자랑한다. 환전과 송금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했으나 은행, 보험, 주식, 가상자산, 여행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해 젊은 세대에게 커다란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 토스뱅크의 롤모델이기도 한 레볼루트는 숙박 예약 서비스인 ’스테이(Stays)‘를 출시, 여행비 결제 서비스에 진출하고 미국과 인도 진출에 집중할 계획을 발표하는 등 글로벌 슈퍼앱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희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챌린저 뱅크의 부상과 비즈니스 모델‘ 보고서를 통해 “챌린저 뱅크들이 기존 은행을 대체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답을 내리기는 이르지만 금융시장의 ’메기‘인 챌린저 뱅크들로 인해 금융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며 “초기 챌린저 뱅크가 기존 은행을 위협했듯 새로운 참가자에 의해 기존 챌린저 뱅크들도 위협을 받을 것으로 예상, 은행업은 디지털 전환으로 무장한 전통적인 은행과 기존 챌린저 뱅크, 새롭게 진입하는 챌린저 뱅크 등의 3차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주들이 직접 경영진의 보수 감시…손실 내면 성과급 환수도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안전한 이자수익에만 안주하는 지나치게 보수적인 영업행태 등 그간 은행권에 대해 제기된 다양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세이온페이(Say-On-Pay), 클로백(Claw-back) 강화 등도 검토하기로 했다.

김 부위원장은 “가계부채 질적 구조개선과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개편 등 금리체계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보수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세이온페이 도입 여부, 클로백 강화 등을 살펴보고 배당·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정책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경영진 보수에 대한 주주투표권인 ’세이온페이‘는 경영진의 보수에 대해 주주들이 의견을 표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미국과 영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만든 도드-프랭크법에 따라 상장사가 최소 3년에 한 번은 경영진의 급여에 대해 심의받도록 하고 있다. 애플 CEO인 팀 쿡이 주주 찬성률이 하락하자 올해 연봉을 40% 자진 삭감한 바 있다. 영국도 회사법을 통해 상장사들이 경영진 급여 지급 현황을 주주총회에 상정해 심의받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주주들에 경영진 보수를 견제하는 것에 더해 성과급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한 제도적 장치인 ’클로백‘도 강화한다. ’클로백‘은 임원이 기업에 손실을 입히거나 비윤리적인 행동을 할 경우 성과급을 환수·유보하게 하는 제도다.

지금도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제9조 3항)에 ’이연지급 기간 중 담당 업무와 관련해 금융회사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 이연지급 예정인 성과보수를 실현된 손실규모를 반영해 재산정된다‘고 돼 있지만,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이를 내부규범 등에 명시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클로백은 짐승들이 발톱으로 할퀴듯이 해서 다시 당겨오는 것을 뜻하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에서 운영되고 있다”며 “경영진 등에 성과급을 장기 이연하고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보다 실질적인 성과에 대해 바로 보상하는 스톡그랜트(성과연동주식 무상지급권) 위주로 지급하고, 장기적으로 성과가 안 좋아지거나 부정행위 등이 발각되면 지급된 성과급을 다시 회수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