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3개 교육청 ‘IB 공교육 도입’ 공청회 대구 포산고등 수업 사례 발표 하태경 의원 “이달 내 관련법안 발의”… 위성곤 의원 “수능 불이익 없게 할 것” IB 효과로 표선면에 학생전입 늘어… “대입 연계땐 교육 받을 것” 반응도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경기도교육청, 대구시교육청, 부산시교육청 공동 주최로 열린 ‘IB, 공교육 도입 의의와 과제’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공청회에서는 IB 고교과정의 정시 연계와 수시 문호 확대를 위한 제안들이 제시됐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IB는 1968년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교육재단인 IBO가 개발한 국제 공인 교육 프로그램이다. 탐구학습을 기반으로 학습자의 내적 성장을 추구한다. 프랑스의 논술형 수능 시험인 바칼로레아와 이름은 비슷하지만 국제 대입 과정의 개념으로 특정 국가가 아닌 IBO 사무국에서 주관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IB의 평가는 논술, 서술 및 프로젝트 기반의 정성평가로서 공정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평가와 일치하는 교육과정을 엄격히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세계 159개국 5725개 학교에서 도입했다.
● IB 시험 결과 정시 반영이 핵심
권오현 서울대 독어교육과 교수(전 서울대 입학본부장)는 “IB 시험 결과를 대학입학 자격고사 중 하나로 인정하고 향후 수능 성적과 동일한 위상을 부여하는 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 소장은 “한국형 바칼로레아(KB)로 가기 위해선 IB를 더욱 확산시키고 수시 문호 확대와 정시 반영으로 대입 연계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입학본부장을 지낸 권 교수는 “공교육에서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IB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정시에 지원할 수 없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면서 “IB 시험 결과를 대학입학 자격고사 중 하나로 인정하고, 향후 수능 성적과 동일한 위상을 부여하는 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공청회가 주목받은 것은 △IB로 대학에 진학하는 길을 넓히기 위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졌고 △국회 교육위 소속이 아닌 여야 의원이 IB 확산 걸림돌 해결을 위해 손을 잡은 것과 △IB가 활발한 교육청과 IB를 준비 중인 교육청이 공동 주최자로 나서 IB 확산에 대한 의지를 밝혔으며 △IB의 실제 수업 사례 제시로 방청객들에게 한국 교육과 IB 교육의 다른 점을 알렸다는 데 있다. 한국 교육은 훌륭한 교육 목표를 갖고 있지만, 평가가 목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문제를 안고 있다. IB는 이 괴리를 해결할 대안 교육 프로그램으로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수능 최저 기준 면제 및 정시 반영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5개 기관이 공동 주최자로 나서 국회에서 공청회를 연 배경이다.
● 수시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 전형만 가능
IBDP는 우리 고교 과정과 달리 2년이다. 11월에 최종 시험을 봐서 1월 초에 성적이 나온다. 평가는 3주 동안 이루어지며 만점은 45점이고 24점 이상을 받아야 졸업증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재외 국민 전형으로는 IBDP 점수를 인정하는 대학이 여럿 있지만, 국내 고교 출신들은 IBDP 점수를 대입에 반영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수능 최저 등급 점수 제출 요구가 없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전형에만 지원할 수 있다. 이 소장은 “IB 이수 학생도 수능에 응시할 수는 있다. 그러나 IBDP 최종 시험 기간에 수능을 치러야 하고, 탐구 기반 학습에 익숙한 학생들이 킬러 문항이 들어간 수능에 약할 수밖에 없어 현실적으로는 응시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IBDP는 IBO로부터 인증받은 ‘인증학교(World School)’만이 운영할 수 있는데 현재 국내에는 대구 3개 고교(경북사대부고, 대구외고, 포산고)와 제주 표선고 등 4개교가 전부다. 이들 학교는 영어를 제외한 나머지 과목을 한국어로 가르친다. 대구 3개 고교의 IBDP 이수 학생은 학교당 1개 반 15∼30명씩 총 75명이고, 표선고는 3학년 전체 5개 반 125명에 불과하다. 대구는 IB 반을 학생이 선택할 수 있게 했고, 제주는 전교생이 IB 수업을 받는 구조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수 학생 수에서 차이가 난다. 이 밖에 경기외고가 IBDP를 2011년부터 운영하고 있는데 국어를 제외하고는 모두 영어로 수업하고 있고 학비를 학생이 부담한다는 점에서 대구, 제주와 차이가 있다.
● IB 공론의 장 올라가나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이 7일 공청회에서 기조 발제를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 대입 연계 주장 IB 효과 확신이 배경
전교조는 IB 프로그램 도입에 반대하고 있지만, 이 두 지역에서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학생의 눈에 띄는 변화 때문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2명의 주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IB 교육을 위해 대구로 이사할 예정이다”면서 “대입 연계가 안 돼 불안했는데 오늘 논의가 이어져 사회적 공감대를 얻으면 IB로도 충분히 대학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 총장으로 유일하게 참석한 전호환 동명대 총장은 “초중고교에서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 시대 흐름에 맞는 교육을 도입해야 미래 세대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수 있다”며 “IB의 대학판인 무학년·무학점·무티칭이 골격인 동명대의 두잉(Do-Ing) 대학에 IB의 가치를 입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