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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보다 배꼽이 더 큰 ‘박원순표’ 가판대 태양광 미니 발전소[메트로 돋보기]

입력 | 2023-02-22 14:34:00


《서울은 한국의 수도이자 가장 큰 메트로폴리탄입니다. 서울시청은 그래서 ‘작은 정부’라 불리는데요, 올해 예산만 47조2052억 원을 쓰고 있답니다. 25개 구청도 시민 피부와 맞닿는 정책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서울에 살면서 또는 서울을 여행하면서 ‘이런 건 왜 있어야 할까’ ‘시청, 구청이 좀 더 잘할 수 없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해본 적이 있을까요? 동아일보가 그런 의문을 풀어드리는 ‘메트로 돋보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매주 한 번씩 사회부 서울시청팀 기자들이 서울에 관한 모든 물음표를 돋보기로 확대해보겠습니다. 》

서울 중구 지하철 2호선 시청역 1번 출구 앞에 위치한 구두 수선 가판대에 ‘가판대 태양광 미니 발전소’가 설치돼 있는 모습. 서울시는 2015년부터 종로구, 서대문구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주변 24곳에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설치했지만, 발전 효과가 떨어지거나 고장이 나는 등의 이유로 현재 11곳만 남아있다. 그중 2곳은 현재 폐업 등의 이유로 철거 예정이다. 이곳 역시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소정 기자 soeje@donga.com



“서울시 태양광 미니발전소 가판대 제4호. 여러분 집에서도 지원받아 설치하세요.”

얼마 전 퇴근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앞에서 특이한 구두 수선 가판대를 발견했습니다. 지붕 위에 뭔가 뾰쪽 튀어나와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보니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습니다. 가판대는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한 눈에 봐도 태양광 발전소는 사용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2015년 가판대 태양광 미니발전소 도입 당시 서울시가 냈던 보도자료.  



가판대 위에 설치된 것은 2015년 박원순 서울시장 당시 도입한 ‘태양광 미니 발전소’였습니다. 그때 서울시는 태양광 지원 사업을 대대적으로 시작하면서 2년간 시청·종각·신촌역 등 지하철역 주변에 미니 태양광 발전소 24개를 설치했습니다. 설치 비용은 1개당 60만~70만 원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 남아있는 가판대 미니 태양광 발전소는 11곳에 불과합니다. 2021년 10월 가로수 때문에 그늘이 져 발전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7곳을, 지난해는 고장이 나 3곳을 철거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11곳 중 2곳은 폐업 등으로 인해 방치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자가 본 시청역 옆 구두 수선 가판대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미니 태양광 발전소의 발전 용량은 250W(와트), 서울시내 하루 평균 일조량은 3.2시간 정도라고 합니다. 이를 적용하면 미니 태양광 발전소의 한 달 발전량은 22.5kWh(킬로와트시) 정도로 추산됩니다. 전문가들에 확인한 결과 이 정도 발전량이면 가판대 자영업자들이 실제 받는 혜택은 많아야 한 달에 2600원 정도일 거라고 합니다.

태양광 발전소에 들어가는 유지·보수 비용도 문제입니다. 서울시는 가판대 미니 태양광 발전소 11곳을 포함해 서울시내 태양광 발전소 18곳의 유지보수를 민간업체에 위탁하고 있는데, 올해만 14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합니다. 미니 태양광 발전소 외에 잠실철교 남단 등에 설치된 나머지 발전소 7곳 역시 발전 용량은 한 곳당 50~74kW에 불과합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발전 용량 100kW 이하인 태양광은 소규모 발전소에 해당한다”며 “(이런 발전소들은) 유지비는 많이 드는데 들어가는 돈에 비해 경제적 효과는 없어 사실상 전시용”이라고 했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업이란 얘기입니다.

태양광 발전소 유지·보수를 민간업체에 위탁을 하는 이유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발전 설비 운영을 하려면 전기 안전 관리자를 선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 직원들은 그 자격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당시 태양광 사업의 상징성 차원에서 설치한 것”이라며 “보급 초기 시범 사업 개념으로 했던 것이라 용량이 크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시민 편익이 적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업에 얼마나 더 시민의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이소정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