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받을 권리’ 강조
진행 중이던 국민참여재판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이유로 일반재판으로 바꿔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의 기피 등으로 국민참여재판 실시율이 급감하는 가운데, ‘재판 받을 권리’를 강조한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민참여재판의 효용성을 높일 제도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형사3부(재판장 정재오)는 이달 7일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의사 A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이를 통상의 재판으로 진행해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2019년 1월 음주운전으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A 씨는 “사회통념에 기반 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싶다”는 등의 이유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6차례 준비기일을 진행했지만 2020면 11월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일반 재판으로 전환(통상절차 회부)한 뒤 벌금형을 선고했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2017년 37.2%이던 국민참여재판 실시비율은 2021년 10.7%로 3분의 1토막 났다. 펜데믹도 영향을 줬지만, 재판부와 검사 등이 국민참여재판을 기피하는 문화도 근본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배심원 선정 절차 등이 별도로 필요하고, 국민 배심원들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야하는 국민참여재판 특성상 준비에 부담을 느끼는 판사나 검사, 변호사의 기피 현상이 발생하는 측면이 있다”며 “다만 배심원의 눈을 통해 일반 국민들이 더 믿을 수 있고 공정한 판결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한다는 국민참여재판의 도입 취지가 있는 만큼 활성화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자현기자 zion37@donga.com
유채연기자 y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