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컴플렉스서울 매장 내부_출처 : 바이브랜드
쌈지길의 복합문화공간 '안녕 인사동'. 최근 이곳에 새로운 LP바가 등장했습니다. DJ를 자처하는 사장님이 없죠. 모두 좌석에 설치된 턴테이블과 헤드셋으로 1인 청음회를 즐기니까요. 강렬한 네온사인 아래 도서관 열람실 같은 분위기가 대조되는 이곳은 '뮤직컴플렉스서울(이하 MCS)'입니다.
오픈한 지 3개월 만에 핫플레이스로 부상했습니다. 손님의 80%는 2030대, 주말에는 70팀까지 웨이팅이 이어집니다.
MCS의 김형석 대표에게 신개념 LP바를 제시한 이유를 물었습니다.
청개구리 사업가의 본능
이곳을 만든 건 김 대표의 청개구리 기질입니다. 남들이 무관심한 아이템에 흥미를 느낀다고 하네요. 창업 이력만 봐도 독특합니다.국내에서 스노우보드의 인지도가 낮을 때 보드 렌탈샵을 차린 것이 첫 번째. 한강 인근에서 수영장을 운영한 적도 있습니다. MCS를 론칭하기 전 같은 공간에서 브릭 아트숍을 선보였습니다. 스마트폰의 사진을 블록 액자로 만들어주는 매장인데요. 애석하게도 오픈과 함께 직면한 팬데믹. 대체 아이템을 찾아야 했습니다.
어느 날 LP바에 주목합니다. 청개구리의 눈에는 반대로 하고 싶은 부분이 많았습니다. 대부분 LP를 만질 수 없는 데다 입문자들은 DJ 혹은 다른 손님의 취향만 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뮤직컴플렉스서울 매장 내부_출처 : 바이브랜드
입문자를 위한 400만 원짜리 관대함
MCS의 타겟은 LP바를 어려워하는 2030대입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혼자만의 감상에 빠지도록 돕습니다. LP 진열대만 봐도 이곳의 정체성이 드러납니다. 손님들이 도서관에 온 듯 자유롭게 LP를 빼니까요.뮤직컴플렉스서울의 LP 진열대_출처 : 바이브랜드
‘비용이 부담되지 않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단언합니다. 차별화된 경험을 위해 감수한다고 말이죠. 다른 사업을 통해 확보한 자본금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솔직함도 내비쳤습니다.
무질서한 진열 방식은 발견의 재미를 선사하는 데도 기여합니다. 커버의 일러스트, 바이닐의 질감조차 입문자들에겐 낯설기 때문입니다. 5분간 진열대를 관찰한 결과 무작위로 뽑아 커버를 정독하는 손님이 많네요. AI가 플레이리스트를 정해 주는 시대에 그리웠던 번거로움이 아닐까요?
뮤직컴플렉스서울의 창가 1인석_출처 : 바이브랜드
LP를 골랐다면 좌석을 정할 차례. 창가 1인석과 소파 2인석으로 나뉩니다. 어디에 앉든 고가의 턴테이블과 헤드셋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각 소파석에 들인 비용만 평균 400만 원.
아이템이 좋아서일까요? 기자가 본 대부분의 일행은 대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각자 헤드셋을 낀 채 음질에만 집중했죠. 대화가 줄어든 만큼 회전율이 빠릅니다. 주말 기준 10바퀴까지 돈다고 하네요.
“모든 고객을 만족시킬 수는 없어요. 대신 더 자유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꾸준히 시설을 보완할 예정입니다.”
MCS가 꿈꾸는 'LP바'란
인테리어도 새로운 경험을 완성하는 데 일조합니다. LP바의 상징인 갈색과 무드등이 없네요. 블랙과 레드의 강렬함뿐입니다. 23년간 양말을 디자인한 김 대표의 컬러감이 빚은 작품이죠. 밤에도 낮처럼 프라이빗한 분위기가 유지된다고 합니다. 시끌벅적하게 건배사를 외치는 불청객이 없습니다. 이곳에서 술은 음악에 곁들이는 안주일 뿐입니다.MCS는 신규 매장을 론칭할 예정입니다. 호텔과 건물 운영사들에게 러브콜을 받고 있죠. 상권마다 특화된 콘텐츠를 더하는 것이 계획의 포인트. 예컨대 청담동에서는 상권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반영해 더 프라이빗한 멤버십 서비스를 도입하는 식입니다.
뮤직컴플렉스서울 매장 내부_출처 : 바이브랜드
끝으로 LP 문화를 알리는 것과 브랜드로서 성장하는 것 중 MCS의 지향점을 물었습니다. 당연히 후자라는 솔직한 답변을 들었죠. 문화에 대한 사명감이 취지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다만 2030대가 LP를 쉽게 즐기도록 여러 방면에서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MCS가 젊은 층과 LP를 잇는 매개체란 사실은 분명합니다. 사명감은 없다지만 이곳의 성장과 LP 문화 확산은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죠. 턴테이블처럼 이 두 가지가 맞물려 아름답게 회전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기사는 2022년 8월 7일에 발행됐습니다.
인터비즈 이한규 기자 hanq@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