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6시부터 약 두 시간가량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현대모비스 본사 1층에서는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른 100여명이 ‘투쟁가’를 불렀다. 울산, 충북 진천, 경남 창원 등지에서 올라온 현대모비스 노조 소속 대의원들이었다. 현대모비스 노조는 또 3~4명씩 조를 짜서 17일부터 사옥 23층의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 집무실 옆 회의실을 점거하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현대차와 똑같은 특별격려금’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성과금·격려금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대모비스 이외에 현대제철 노조 역시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포항지부 현대제철지회는 17일 소식지를 통해 “노동자 계급화를 허용하면 안 된다”며 “특별성과금의 정확한 목적과 지급 범위를 파악하겠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도 특별성과급 지급 대상을 확대해 달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22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노조는 현대차에 원하청 차별 없이 성과급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2023.2.22/뉴스1
작년에도 같은 일이 벌어진 바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3월 전 직원에게 400만 원의 격려금을 지급했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2021년 11월 우수 성과를 낸 일부 사무직 및 연구직에게 성과급을 지급했다가 생산직 위주인 노조가 크게 반발하면서 내린 결정이었다. 현대모비스 노조는 기습시위를 전개하며 항의했고, 현대제철 노조는 5월부터 아예 사장실을 점거하고 파업 투쟁에 나섰다. 그 결과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4월 400만 원의 특별격려금을 지급했다. 현대제철은 올해 1월까지 협상한 끝에 힌남노 태풍 수해 극복, 생산 장려 격려금, 사업 격려금 명목 등까지 모두 합쳐 13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임금·단체협약을 마무리했다. 2021년 초부터 정보기술(IT)·반도체 업계에서 논란이 됐던 성과급 논란이 현대차그룹의 연례행사로 옮겨온 것이다.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각 사별로 경영성과가 다르고 임금 정책도 다를 수밖에 없는데 특별성과급이나 격려금과 관련해 일률적 기준 적용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 현대로템 등이 16일 경남 창원에 모여 2021년도분 특별격려금을 달라고 집단 시위를 벌였지만 사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연초에 지급되는 특별성과급이나 격려금은 임직원 사기를 돋우기 위해 작년 실적을 기반으로 결정되는 것”이라며 “계열사들이 해마다 같은 수준을 요구한다면 앞으로 현대차와 기아도 이를 지급하는데 부담을 가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재희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