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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닫이로 항아리로… 한지의 힘은 무한변신”

입력 | 2023-02-23 03:00:00

伊한국문화원서 개인전 연 이승철
“말면 지승공예-칠하면 색지공예
요샌 해외 박물관서 더 많이 찾아
명맥 끊긴 전통공예 한지로 복원”



달항아리 모양 틀 위에 한지를 붙이고 굳혀 만든 이승철 작가의 ‘한지 달항아리’. 이 작가는 “한지로 만들었기에 달이 뜬 것처럼 공중에 띄워 전시할 수 있다”고 했다. 이승철 작가 제공


“명맥이 끊겨버린 전통공예를 한지로 복원하고 싶었어요. 한지에는 무언가를 재생시킬 수 있는 힘이 있거든요.”

이탈리아 로마의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에서 22일부터 개인전 ‘한지: 삶에 깃든 종이 이야기’를 열고 있는 이승철 작가(59·사진)는 16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에 있는 작업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한지로 만든 ‘한지 반닫이’와 ‘한지 건칠보살좌상’, ‘한지 달항아리’ 등 대표작을 선보인다.

동덕여대 회화과 교수인 이 작가가 한지에 매료된 건 한국화를 전공하던 대학생 시절인 1990년이다. 한지의 물성(物性)에 끌렸다고 한다. 그는 “한지는 말아 꼬아 뭔가를 만들면 지승공예가 되고, 색을 입히면 색지공예, 색을 입힌 한지를 오려 기물에 장식하면 지장공예가 된다”며 “무한한 쓰임새를 가진 한지의 순환성에 끌려 진짜 전통 한지를 찾아 나섰다”고 말했다.

‘해답은 옛것에 있다’는 결론에 이른 이 작가는 한지로 만든 고문헌을 닥치는 대로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용은 읽지도 않고 사 모은 한지 컬렉션만 8500여 점. 그는 “옛 한지는 면이 매끄럽지 않고 날카롭다. 붓이 종이에 닿자마자 번지는 화선지와 달리 한지는 필선 하나하나가 세세하게 남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이 작가는 옛 한지를 연구해 깨달은 제작법대로 손수 한지를 만든다. 그리고 전통 방식으로 만든 한지를 부조로 만든 반닫이와 건칠보살상, 달항아리 등의 위에 굳히는 방식으로 새로운 한지 공예를 선보였다. 최근 세계 유명 박물관에서 한지를 이용해 문화재를 복원하면서 한국보다 해외에서 그를 찾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이 작가는 2017년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열린 ‘내일을 위한 과거의 종이’, 2018년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에서 마련한 ‘색의 신비―동서양의 비교’ 학술대회와 전시에 초대됐다.

4월 2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오스트리아와 독일, 미국, 프랑스 등에서 순회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 작가는 “한지가 지닌 힘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