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의 한 상임위원회 앞에 법안이 쌓여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일하는 국회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월 3회 이상 법안소위 개최’ 의무 조항을 지킨 국회 상임위원회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사무처가 이 법이 시행된 2021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상임위별 법안소위 개최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지난해 국회 운영위원회에선 법안소위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고, 외교통일·정보·여성가족위원회는 두 차례 개최에 그쳤다. 구호만 화려한 우리 국회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일하는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별 전체회의는 매월 2회 이상, 법안소위는 3회 이상 개최해야 한다. 정기적인 회의 개최가 충실한 의정 활동을 반드시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원들이 의정 활동에 매진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게 입법 취지였다. 하지만 법에는 위반 시 벌칙 규정이 없어 이를 강제할 마땅한 수단도 없다. 처음부터 안 지켜도 그만 아니냐는 도덕적 해이를 조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안소위 개최 실적은 갈수록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저조해졌다. 2021년 17개 상임위의 법안소위는 총 274회(월평균 1.3회) 열렸지만 지난해에는 절반도 안 되는 122회(월평균 0.6회)로 떨어졌다. 지난해 대선을 전후해 여야 간 대치가 격렬해지면서 상임위 차원의 회의 자체를 열지 못한 개점휴업 상태가 계속된 탓으로 보인다.
여야가 국회에서 싸우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 일하는 국회법을 강제하기 위해 법을 안 지킨 상임위원들에 대해 세비 삭감 등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지만 법안 심의·처리라는 국회 본연의 역할을 되새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정치개혁 과제는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다. 국민을 위한 법안 처리부터 제대로 하는 것이 정치개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