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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쓰고 싶어도 못 구해”… 난관 부딪힌 ‘바이 아메리카’

입력 | 2023-02-23 03:00:00

고속철 건설 등 정부 인프라 사업
미국산 자재 일정비율 사용 의무화
대부분 해외산… 규정 준수 어려워
“정치는 훌륭, 경제론 난센스” 지적




2024년 재선 도전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조업 부활과 노동자 지지 확보를 위해 내세운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이 난관에 봉착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기반시설 사업에 쓰이는 철강 및 건축 자재는 물론이고 목재, 유리, 석고, 광섬유 등도 미국산 제품을 특정 비율 이상으로 써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산 제품을 쓰고 싶어도 유통되는 제품의 대부분이 해외산이어서 바이든 행정부가 정한 사용 기준을 맞출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미 교통부는 “부두 크레인, 선박 리프트 등 수입 화물장비 구입에 연방정부 자금을 사용하겠다”는 항만당국의 신청을 기각했다. ‘바이 아메리카’ 규정을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그러자 미국 항만당국협회(AAPA)는 “일부 소규모 화물 장비를 제외한 전기 장비는 모두 해외에서 생산된다”며 규정을 준수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고속철도 건설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재료 역시 일본 및 독일 제품이어서 ‘바이 아메리카’ 규정을 지키는 게 쉽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공급망 교란 역시 미국산 자재 사용을 어렵게 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바이 아메리카’의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 비영리 경제단체 EPI의 롭 스콧 이코노미스트는 “공공 부문에서의 국내산 제품 구매를 늘리는 정도로 25조 달러의 미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피터슨연구소의 게리 허프바워 이코노미스트 또한 “정치적으로는 훌륭할지 몰라도 경제적으로는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WP는 “인프라 건설의 핵심 부품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일은 가능하지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연방정부 인프라 사업에 쓰이는 철강과 건축 자재의 최소 55% 이상을 미국산 제품으로 쓰도록 했으며 이 비율 또한 단계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올해부터는 60% 이상을 사용해야 하고 2029년 75%로 늘어난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