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딸기수확체험’ 진행 딸기 수확-공예품 만들며 ‘힐링’ 생애주기별 치유 프로그램도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시 농업기술센터 스마트농장에서 다니엘단기보호센터 발달장애인들이 딸기 수확 체험 교육을 받고 있다. 시는 2018년부터 야외활동 기회가 적은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치유 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손가락을 브이(V) 모양으로 만든 다음에 ‘안녕’ 하고 힘을 줘 딸기를 따야 한다고 했죠? 자, 같이 해봐요.”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농업기술센터 스마트농장. 연혜숙 교사(62)가 한 학생에게 딸기 수확 방법을 가르쳤다. 이어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포갠 채 함께 딸기를 땄다.
서울시 농업기술센터는 2018년부터 야외활동 기회가 적은 사회복지시설 아동과 청소년,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딸기 수확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도심 농장에서 상추, 딸기 등을 관찰하고 직접 수확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날 교육에는 서초구 다니엘단기보호센터 발달장애인 15명이 참여했다.
● 잉어 구경하고 딸기 먹는 ‘스마트농장’
이날 교육생들은 약 1시간 반 동안 스마트농장에서 바쁜 시간을 보냈다. 먼저 비단잉어와 식물을 함께 기르는 순환형 수경재배 시스템을 견학했다. 이어 딸기 따는 법을 간단히 배운 다음 농장 안을 돌아다니며 직접 딸기를 수확했다.딸기 수확 체험이 끝난 후에는 ‘딸기 거울 만들기’ 수업이 이어졌다. 연 교사는 수업에서 “거울 속 나에게 참 예쁘다, 참 잘생겼다고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한 참가자는 거울 속 자신을 빤히 들여다보며 “너무 잘생겼어”라고 말해 주변의 웃음을 자아냈다.
다니엘단기보호센터 관계자는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센터 안에서 주로 지내다 간만에 나와 맛있는 딸기도 먹고 체험도 하니 다들 표정이 너무 밝다”며 “평소 같으면 집중도 잘 못하고 뛰어다니는 사람도 있을 텐데 다들 집중하고 즐기는 모습에 기분이 좋다”고 했다.
● 생애주기별 맞춤형 치유농업도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치유 농업 프로그램’은 생애주기별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청소년은 자아존중감 형성에 중점을 둔다. 농장에서 지지대를 세우는 체험을 하고 ‘내가 힘들 때 도움을 받아야 하거나 남에게 도움을 줘야 하는 상황은 어떤 것이 있나’를 주제로 심리극을 하는 식이다. 지난해는 청소년과 고령층 등 242명을 대상으로 10회에 걸쳐 맞춤형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치유농업 프로그램의 효과는 숫자로도 나타난다. 만족도와 효과가 가장 높은 대상은 경도인지장애 고령층 환자들이었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장애 또는 인지기능장애가 있지만 일상생활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치유농업에 참여한 환자들의 기억 감퇴 수준은 평균 3.8점에서 2.9점으로 감소했고, 평균 2.8점을 기록했던 우울감 지수도 0.8점으로 줄었다.
조상태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치유농업을 활용하면 농업 자원을 통해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들이 도심에서 농업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힐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