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빛내리 연구팀, 네이처에 발표 ‘두번째 칼’ 단백질 작동원리 규명 질병 치료제로 활용 가능성 확인 “유전자 조절하는 기술 개발 가능”
암이나 치매 등 치명적인 질병의 ‘유전자 설계도’를 분해하는 ‘경찰관 RNA’의 생성 원리가 밝혀졌다.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장 연구팀은 암과 같은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선택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마이크로RNA’의 생성 과정을 밝혀냈다고 23일 밝혔다. 2건의 논문으로 구성된 이번 연구는 세계 최고 권위지 네이처에 동시에 실려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네이처에 동일 교신저자의 논문이 동시 게재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RNA는 DNA가 담고 있는 유전자 정보를 전사(복제)하거나 유전자 발현의 조절을 담당하는 물질이다. RNA 가운데는 DNA 유전정보의 ‘설계도’ 역할을 하는 메신저RNA(mRNA)와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제어하는 마이크로RNA(miRNA) 등이 존재한다.
이번 연구는 마이크로RNA의 생성 과정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마이크로RNA는 그 재료 물질인 마이크로RNA 전구체가 두 번에 걸쳐 ‘잘라지며’ 만들어진다. 이를 자르는 ‘칼’과 같은 역할을 하는 단백질 물질이 필요하다. 첫 번째 칼인 ‘드로셔 단백질’의 기능과 구조 등은 이미 김 단장 연구팀이 밝힌 바 있다. 이번 연구는 베일에 싸여 있던 두 번째 칼 ‘다이서 단백질’의 작동 원리를 밝혀냈다는 게 핵심이다.
연구진은 어떤 경우에 다이서가 마이크로RNA 전구체를 효율적으로 잘라낼 수 있을지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104만8576개의 전구체를 합성한 다음, 가장 잘 잘린 전구체를 모아놓고 그것들의 공통점을 비교했다. RNA는 내부에 염기성을 띠는 물질인 4가지 종류의 염기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이 결합된 순서 등을 서열이라고 한다. 연구진은 특정 서열에서 다이서가 전구체를 잘 자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를 ‘GYM 서열’이라 명명했다. 아울러 GYM 서열을 통해 만들어진 마이크로RNA가 질병 치료제로 활용될 수 있는 RNA 간섭 효율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다이서 단백질의 돌연변이가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규명됐다. 김 단장은 “암을 억제하는 마이크로RNA가 돌연변이 다이서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을 확인했다”며 “(돌연변이 다이서에 의해) 마이크로RNA 양이 감소해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활발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서울대 분자 이미징 연구실 노성훈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인간의 다이서와 마이크로RNA 전구체의 3차원 구조를 높은 해상도에서 관찰하는 데에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해당 이미지에 따르면 마치 손도끼처럼 생긴 다이서 단백질이 마이크로RNA 전구체와 결합해 이를 자르는 과정이 생생히 나타난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