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뉴질랜드 등 선진국선 전문기관 자체평가로 관리
30년 넘게 제자리를 돌던 유치원·어린이집 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유보통합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이 닻을 올린 것이다. 이에 유보통합의 의미를 살펴보고 새로운 통합기관의 질 관리와 평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호주와 뉴질랜드 사례를 통해 알아본다.
국내 유치원·어린이집의 현주소
정부는 영유아 중심의 질 높은 새로운 교육·돌봄 체계 마련을 위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여 새로운 통합기관으로 재설계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관리가 이원화되어 있다. 현재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만 3∼5세 유아들을 대상으로 ‘누리과정’이라는 교육과정을 공통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유치원은 교육부와 교육청 감독 아래, 어린이집은 복지부와 지자체의 관리감독 하에 운영·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저출생 위기가 심화하면서 자녀 양육의 첫 단계인 영아기부터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현 시대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뉴질랜드, 스웨덴, 노르웨이, 영국, 덴마크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영유아의 교육과 돌봄을 국가가 책임지고 있다.
영유아 보육 선진국의 전문기관 평가방법
정부는 유보통합이 될 경우 학부모는 양육 부담이 줄고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으며 교사는 근무 여건이 개선되어 아이들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고, 기관 운영자는 우수한 교사와 교육·돌봄 환경이 확보되어 질 높은 교육과 돌봄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영유아 보육과 교육 선진국인 호주와 뉴질랜드의 영유아 기관은 부모가 원 운영에 참여할 수 있고 자체평가로 지속적인 개선을 끌어내며 전문기관의 평가를 통해 질을 향상하고 있다.
호주는 우리나라처럼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이원화되어 있지만 질 관리는 일원화된 전문기관에서 전담하고 있다. 호주는 국가 질 관리 기준(NQS)을 토대로 품질관리기관(ACECQA)에서 모든 영유아 기관 평가를 관장하고 있는데 교육 프로그램, 건강·안전, 물리적 환경 등 7개 영역에 대해 평가를 한다. 평가 결과는 4등급으로 나뉘며, 상위 등급을 받은 기관에서 별도로 요청하면 심사를 통해 최상위 등급인 Excellent를 부여한다. Excellent 등급을 받은 영유아 기관은 호주 전 지역에 34곳밖에 없을 정도라 해당 기관에서는 자부심을 가진다. 하위등급을 받은 경우에는 컨설팅을 통해 보완과 개선을 하도록 하고, 재도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뉴질랜드도 교육평가청(ERO)에서 교육 서비스 전 분야의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영유아 기관 평가를 하고 있다. 평가는 영유아 기관의 자체평가를 토대로 실시한다. 등급에 따라 다음 평가시기를 결정하고 가장 낮은 등급을 받은 기관은 컨설팅 등을 통해 질적 수준을 개선하도록 한다. 또 호주와 마찬가지로 평가 결과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여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가 다니는 기관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치원은 지방교육청별로 평가 방식과 내용이 일부 다르나 대체로 자체평가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편 어린이집은 모두 의무 평가 대상으로, 현장 평가자가 직접 어린이집을 방문해 평가한다. 또한 평가 과정 관리, 평가지원을 위한 어린이집 컨설팅 등 어린이집 질 관리를 위한 모든 과정을 한국보육진흥원에서 일괄 관장하고 있다.
‘줄 세우기’ 아닌 ‘참여와 지원’으로 관리
유보통합을 앞둔 시점에서 호주와 뉴질랜드의 영유아 기관 평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두 나라의 영유아 기관 평가에는 평가 등급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의 평가는 등급으로 줄 세우기가 아닌 ‘참여와 지원’을 강조하는 형태이다. 즉, 학부모와 교직원이 기관의 질 관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평가는 곧 기관과 교사를 지원하기 위한 도구이다. 부모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질 높은 새로운 교육·돌봄 통합체계가 마련되려면, 이런 부분이 적극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영유아를 둔 부모들은 이용기관에 관계없이 양질의 교육·돌봄 서비스를 차별 없이 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따라서 유보통합은 단순히 기관의 물리적 통합에 그쳐선 안 되고, 학부모와 영유아에게 제공되는 서비스가 향상되는 실질적 통합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실행되고 있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질 관리 시스템을 자세히 살펴보고, 새로운 통합기관에서 부모와 영유아가 필요로 하는 ‘질 높은 교육·돌봄 서비스’를 위해서는 어떤 관리 시스템이 필요한지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