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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채’ 육박 아파트 ‘미분양’…‘깜깜이 분양’ 우려에 ‘신고의무’ 만지작

입력 | 2023-02-23 14:38:00

사진은 9일 서울의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3.2.9/뉴스1


미분양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놓고 국토교통부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깜깜이 분양’ 등의 정보 비대칭에 대한 우려는 공감하고 있지만 낙인효과로 인해 사업주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미분양 신고 의무화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다. 서울시가 미분양 주택 신고를 의무화하도록 법 개정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시는 지난해 12월 주택정책협의회를 통해서도 미분양 주택 신고 의무화를 건의한 바 있다. 미분양이 적체되고 있는 만큼 정책 수립에 활용하는 한편, 수요자들의 정보 비대칭성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12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전월 5만8027가구 대비 17.4%(1만80가구) 늘어난 6만8107가구다. 이는 국토부에서 20년 장기이동평균선을 넘어 위험수위로 판단하는 6만2000가구를 훨씬 넘어선 수치다. 미분양 주택이 6만2000가구를 넘어선 것은 2015년 12월 이후 약 7년 만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미분양 수치를 ‘영업상 비밀’로 취급하고 있어, 공개 여부는 건설사의 재량에 달려있다. 하지만 계약률이 낮은 경우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현재 공표된 수치보다 미분양 물량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보통 성적이 좋아야 공개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따로 공표하거나 그러진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분양한 둔촌주공의 경우에도 1·2순위 당첨자의 최종 계약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미분양 신고 의무화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난색을 보이고 있다. 미분양 수치가 공개되면 낙인효과로 인해 분양성적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사업은 PF 등으로 금융권과도 관계가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현재 법 개정으로 강제하는 것이 아닌 자료 제출을 권유하는 방식 등도 검토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분양 수치 공개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을 하고 있다”면서도 “낙인효과 등 우려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법 개정 여부는 검토 중인 상황이다. 법 개정이 아닌 다른 방법도 찾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회에선 입법 움직임이 활발하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주택건설 등록사업자가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을 공급할 때 주택단지별로 체결된 공급계약률을 공시하도록 하는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전문가들은 필요성은 있지만, 미분양 신고 의무화에는 많은 리스크가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사실 미분양 수치를 공개하는 것이 수요자 입장에서는 필요하다”며 “하지만 건설사의 경우 이미지 타격 등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크다. 특히 대형과는 달리 중소 건설사는 하나의 사업장이 전부인 경우가 많은데 이런 곳은 미분양 딱지가 붙어버리면 타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미분양을 공개하는 단지에는 취득세 완화 등에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도 고려해봄 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단지별 떠안아야 할 위험성의 정도가 다르고 정부의 미분양 관리도 필요한 만큼 혜택을 줘서 신고를 유도하자는 것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미분양이 현시점에선 뇌관이다. 당장 건설산업은 PF와 유기적으로 연결이 돼 있어 미분양이 발생하게 되면 금융권까지 피해가 미친다”며 “분양률을 공개하는 곳에는 일부 혜택을 줌으로써 자진 신고하도록 하는 방식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