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Car 남아공 케이프타운서 혹서기 테스트 진행… 전 세계서 단 11명의 기자만 초청해 시승 기술적 완성도 높여 올해 4분기부터 인도, 간결한 선과 형태만으로 날렵한 존재감 표현 2도어 쿠페 모델 역사상 첫 23인치 휠 사용… 안정감 있는 모습으로 특유의 분위기 강조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혹서기 테스트 중인 롤스로이스의 첫 전기차 스펙터. 롤스로이스 제공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항에서 다시 차로 한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곳은 프란스후크(Franschhoek)다. 고온다습한 지중해성 기후 덕분에 질 좋은 포도를 키우기 좋은 환경이어서, 와이너리가 많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이번 남아공 방문의 목적은 와인 체험은 아니다. 롤스로이스의 첫 양산 전기차, 스펙터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스펙터는 아직 완성된 상태는 아니다. 롤스로이스는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스펙터의 혹서기 테스트를 하고 있다. 혹서기 테스트는 스펙터를 담금질하는 다섯 단계 중 세 번째 단계다. 지난해에는 스웨덴 아리에플로그에서 혹한기 시험을, 지중해 연안에서는 현실적 주행 환경과 트랙에서의 시험을 마쳤다.
시험제작한 차는 2년에 걸쳐 250만 km가 넘는 거리를 달리고, 400년 이상의 시간에 해당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거친다. 전 세계 소비자들의 요구를 고루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환경에서 차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보완하기 위한 데이터를 얻는 것이 목적이다. 지금까지 스펙터가 시험주행한 거리는 200만 km가 넘는다고 한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내리는 동안에도 스펙터를 다루기는 아주 쉽다. 롤스로이스 제공
기자들을 기다리는 스펙터는 지난해 10월 공개된 모습 그대로다. 크롬 장식이 들어갈 차체 일부에 회색 필름을 입히고 도어에 시험용 차라는 것을 알리는 글씨를 붙여 놓았다는 점만 특이할 뿐이다. 간결한 선과 형태만으로 존재감을 표현한 외부는 묘하게도 날렵한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롤스로이스가 앞서 내놓았던 팬텀 쿠페나 레이스와도 분위기가 달라, 새로운 세대의 롤스로이스임을 실감할 수 있다.
스펙터는 롤스로이스의 첫 순수 전기차일 뿐 아니라 세부적으로도 롤스로이스 차에서 처음 선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100년 가까운 롤스로이스 2도어 쿠페 모델 역사에 처음으로 쓰인 23인치 휠이다. 이처럼 큰 휠은 차를 낮고 안정감 있는 모습으로 만들어, 쿠페 특유의 분위기를 한층 더 강조한다.
스펙터는 전기차 시대에도 롤스로이스의 가치와 명성을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롤스로이스 제공
스펙터는 ‘매직 카펫 라이드’라고 하는 롤스로이스 특유의 조용함과 부드러운 주행 느낌이 더 두드러진다. 큰 차체에 대용량 고전압 배터리를 달아 무겁지만, 전혀 부담 없이 원하는 만큼 속도를 높일 수 있고 매끄럽게 속도를 줄일 수 있다.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정도를 달리해도 속도가 높아지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가속감은 매우 부드럽다. 특히 전기 모터와 회생제동 장치의 강력한 힘이 위화감을 주지 않도록 세련되게 조율한 점이 인상적이다.
길이가 5.5m에 이르고 너비는 2m가 넘지만,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내리는 동안에도 차를 다루기는 아주 쉽다. 특히 리어 휠 스티어링 시스템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한다. 느린 속도로 달릴 때 차의 회전반경을 줄여 커브를 돌 때 편리하고, 빠른 속도에서는 안정감을 높인다.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의 자연스러운 반응은 첨단 기술로 전자제어 되는 플래나 서스펜션 덕분에 커브에서도 좀처럼 기울지 않는 차체와 어우러져 운전자에게 든든함과 편안함을 함께 전한다.
롤스로이스라는 브랜드 성격과 전기 동력계의 궁합은 훌륭하다. 롤스로이스 제공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