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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실수하자 “XX하고 앉아있네”…갑질에 우는 라이더들

입력 | 2023-02-23 14:57:00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배달 노동자가 배달을 하는 모습. 뉴스1


배달 노동자들이 과도한 고객 갑질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2일 배달대행업체 생각대로 서창중앙지사는 지난 18일 오후 9시경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 주민 A 씨가 업체 측에 폭언을 했다며 녹취록을 공개했다.

당시 배달 기사(라이더)는 실수로 A 씨 거주지인 20층이 아닌 22층에 음식을 가져다 놨다. 이에 A 씨는 배달 업체 측에 전화해 항의했다고 한다.

A 씨는 배달 기사 대신 사과 전화를 건 지사장에 “넌 도대체 뭐니. 어떡할 거야 그래서”라며 언성을 높였다.

지사장이 거듭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A 씨는 “죄송하다고 끝날 거 아니잖아” “이러고도 사람이냐” “일하고 싶냐”고 말했다.

환불을 위해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요청에는 “내 계좌까지 털어가려고 XX하고 앉아있네” “사장한테 전화해서 처리해라. 음식이 목에 안 넘어간다” 등의 폭언을 했다.

류힘찬 지사장은 “50대인 배달 기사가 직접 전화하면 스트레스를 받으실 거 같아 대신 전화했는데 저를 기사로 오인하고 계속해 폭언을 이어갔다”며 “이후 녹취를 들은 배달 기사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결국 심근경색 증상으로 병원에서 수술까지 받았다”고 토로했다.

류 지사장은 “고객분들이 같은 사람으로서 어느 정도 선은 지켜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녹취를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달 기사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배달 노동자들이 고객에게 갑질 당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한 고객은 최근 배달 노동자를 상대로 현관문에 ‘벨을 누르면 흉기로 찌르겠다’는 경고문을 붙였다. 서울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음식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배달 노동자에게 일반 승강기가 아닌 화물 승강기를 이용하라고 요구했다.

배달 노동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상 보호를 받지 못하다 보니 열악한 근무 환경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라이더유니온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의 감정 노동자 보호 조치라도 우선 배달 노동자에게 적용해달라고 촉구했다. 해당 조치가 적용되면 사업주는 고객 응대 근로자가 고객의 폭언·폭행 등으로 피해 보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해야 한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라이더가 폭언을 듣더라도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아 가해자를 모욕죄로 처벌하기도 어렵다”며 “고객들이 라이더를 상대로 폭언·폭행하지 않도록 배달 플랫폼 사업자가 사전 안내 문구를 표시하는 등 예방조치를 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