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하지 않다” 내부 법률 검토에도 강행
2019년 10월 8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정자동 모 호텔 착공식에 참여한 모습. 이재명 대표 블로그
시 내부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의 법률 자문을 받았음에도 성남시는 무시하고 계약을 강행한 것도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민간업자가 공공사업권을 팔아 차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 “공공사업을 민간끼리 주고 받을 수 있게 해줘”
23일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실에 따르면 성남시와 정자동 호텔 시행사 베지츠종합개발(베지츠)이 2017년 9월 체결한 ‘공유재산대부계약 보충계약’ 문건에는 “(베지츠에 대출해준) 담보권자가 채무불이행으로 담보권을 행사하는 경우 성남시는 베지츠 시설물 소유권 변경을 승인할 수 있다”, “담보권자가 지정한 회사 중 성남시가 승인하는 회사에겐 대부계약자 지위는 승계된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 계약은 2015년 성남시와 베지츠가 대부계약을 맺은 후 2년 뒤 추가조항을 넣은 보충계약이다.2017년 9월 체결된 공유재산대부계약 보충계약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조항은 민간기업(담보권자)이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공사업권을 다른 사업자에게 넘길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유재산법 29조에 따르면 공유재산을 대부하려면 공개입찰 등 지자체의 정식절차가 있어야 한다. 사업자가 바뀌려면 계약을 해지한 후 지자체가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라며 “조항에 있는 성남시의 단순 승인에 의한 민간 간 거래는 위법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조항이 민간사업자에게 부수적 혜택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이 스스로 사업권 넘길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면 담보권자와 기존 사업자(베지츠)가 결탁해 차익을 남겨 사업권을 파는 것도 가능하다. 계약서상 이를 제한하는 조항이 없다”고 분석했다.
2017년 9월 체결된 공유재산대부계약 보충계약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
● “바람직하지 않다” 내부 법률 검토에도 강행
계약 체결 직전 해당 조항에 대해 성남시 내부서 검토한 법률자문 문건들의 내용도 밝혀졌다. A 법무법인이 보충계약 작성 3주 전인 2017년 9월 11일 성남시 회계과로 보낸 법률자문서에는 “대부계약자가 어떤 조건을 갖췄는지 매우 중요한 사항이므로 이를 변경할 때 성남시 의사가 중요하다. 이를 제한하는 내용의 계약조항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이 담겼다.B 법무법인은 같은해 9월 8일 작성된 법률자문서에 “성남시는 관광사업목적과 전혀 관계없는 금융기관이 시설물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타당한지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성남시는 해당 조항을 대부 계약에 넣었고, 당시 성남시장 이 대표는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성남시 승인이 전제돼 있어도 효력이 없다는 내용도 있다. C 법무법인은 같은해 9월 4일 작성된 문건에서 “성남시가 시설물의 소유자 변경이 있을 경우 이를 승인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삽입하더라도, 이는 계약당사자에게 영향을 미칠 뿐 새로운 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승인 조항을 넣더라도 제3자에게는 효력을 주장하지 못한다”고 설명했고, A 법무법인은 “성남시 승인이 있어도 향후 분쟁의 소지가 있다”고 조언했다.
보충계약 직전 성남시가 받은 법률자문서. 제보자 제공
감사에 착수한 성남시도 보충계약과 법률자문서를 확보하고 계약서상 위법 소지를 따지고 있다고 한다. 성남시는 해당 조항이 베지츠에게 혜택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감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베지츠는 “해당 조항은 사업자의 임의 처분을 허용하지 않으며, 성남시 의회의 재승인을 받아야만 소유권 변경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본지가 확보한 보충계약 제2조 1항에는 “성남시는 베지츠 시설물 소유권 변경을 승인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이 대표 측은 “지자체의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개발 사업”이란 입장이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