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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키운 종자를 바꾸라고…” 전북 농민들 다수확 품종 퇴출에 반발

입력 | 2023-02-24 03:00:00

“신동진 품종 퇴출은 탁상행정
안정적인 식량정책 수립하라”
15개 농민단체, 정부에 촉구



전북지역 15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전북농업인단체연합회는 20일 전북도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다수확 품종 퇴출 정책의 철회를 요구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20여 년 동안 신뢰를 쌓아온 우량 품종 보급을 중단하고 제대로 검증도 거치지 않은 새 품종을 재배하라는 게 말이 됩니까.”

전북지역 15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전북농업인단체연합회(전농연)는 20일 전북도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현장 중심의 벼 보급종 수매계획으로 안정적인 식량정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농민단체 대표들이 플래카드와 손팻말을 들고 광장에 선 이유는 정부가 쌀 수급과 쌀값 안정을 위해 다수확 보급 종자에 대한 공급 중단 및 공공비축미 매입 중단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23일 전북도에 따르면 정부는 2025년부터 새일미와 신동진, 운광, 새누리 종자의 농가 공급을 중단한다. 공공비축미 매입 과정에서 올해 제한품종으로 결정된 황금누리, 새누리, 호품, 운광, 진광, 새일품, 황금노들 외에 2024년부터는 새일미와 신동진 벼를 사주지 않기로 했다.

정부의 매입 중단 이유는 해당 품종이 동일 면적당 수확량이 많아서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북지역 벼 재배 비율의 53%를 차지한 신동진은 10a당 생산량이 596㎏으로 정부가 다수확 보급품종의 기준으로 정한 10a당 570㎏보다 많다. 전남지역에서 많이 재배하는 새일미는 10a당 생산량이 585㎏이다.

정부는 식생활 변화에 따라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쌀값 안정화 등을 위해 공공비축미 매입 중단 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전북 농민들은 20여 년 동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키운 대표 품종을 더 이상 재배하지 못하게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농민 대표들은 “1990년 농촌진흥청이 390억 원을 들여 개발한 신동진은 소비자가 뽑은 12대 브랜드 쌀에 가장 많이 선정될 만큼 쌀알이 굵고 밥맛이 좋아 농가 소득에 도움이 됐다”며 “이런 품종을 갑자기 퇴출시키는 것은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체품으로 공급할 예정인 참동진이 이삭도열병에 강하다고는 하지만 다른 병해충에 약한 단점이 있다”며 “새로운 품종에 대한 맛과 품질의 확신이 없는데 생산량이 줄어드는 품종을 재배하라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힘든 농가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2일 전북 김제시의원 12명과 농민단체 회원 등 30여 명도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수한 품질과 맛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수확량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신동진 벼를 매입 제한 품종으로 지정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앞서 이달 14일에는 전북 군산시의회가 ‘신동진 정부 보급종 퇴출 반대’ 건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농림축산식품부에 신동진 공공비축미 매입 제한 등의 계획을 유예해줄 것을 계속해서 건의하고 있다”며 “앞으로 시군과 함께 우리 지역에 적합한 품종을 찾고 보급해 품종의 다변화를 이루고 농민 소득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