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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들, 고교생도 모셔간다… “학력보단 실무형”

입력 | 2023-02-24 03:00:00

바로 실무 투입할 개발자 구인난
“과제 수행-업무 적응 능력만 본다”
인재 채용때 학력 관련 요구 안해
수평적 문화… 젊은 인재 조직 안착




‘4년제 대졸자 채용’ 위주의 대기업과 달리 스타트업 업계는 최근 개발자 직군을 중심으로 학력과 무관한 인재를 채용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력을 곧바로 현업에 투입해야 하는 스타트업의 특성과 경험치에 따라 성장하는 개발자의 특성이 맞물리면서 생겨난 변화다.

이 같은 현상은 개발자 구인난을 겪는 소규모 스타트업뿐 아니라 유니콘 기업에도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으로 회사를 급속도로 성장시켜 일정 궤도에 올려놓아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채용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요소가 ‘현업에 투입됐을 때 바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일명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로 불리며 구직자들의 선망 직장으로 자리 잡은 기업 중 한 곳인 당근마켓도 인재 채용 때 학력과 관련된 요건을 제시하지 않는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과제가 주어졌을 때 잘 수행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며 “특히 개발자는 다양한 언어와 프레임워크들이 계속 업데이트되는 상황 속에서 얼마나 잘 적응하고 능력을 발휘하는지가 중요하다 보니 단순 지식을 넘어 실무 경험이 중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지난해 4월 당근마켓 개발자로 입사한 남승원 씨(19)는 합격 당시 선린인터넷고 3학년이었다. 중학생 때 코딩에 흥미를 느껴 관련 특성화고에 진학한 그는 고교 시절 같은 학교 친구들과 코딩 관련 대회에 나가거나 동아리 활동 등을 하면서 실무 감각을 익혔다. 남 씨는 “대학에서는 컴퓨터 공학을 깊게 공부할 수 있긴 하지만 트래픽이 수천 건에 달하는 기업에서 직접 일하게 되면 차원이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며 “새로운 기술을 실제로 적용하면서 성장을 체감하는 데다 일 자체로 인정을 받다 보니 대학 진학의 필요성을 아직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마이스터고 출신 개발자인 김모 씨(20)도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한 국내 한 스타트업에 고등학교 졸업 전에 합격해 근무하고 있다. 고1 때 학교에서 C언어를 비롯한 기초지식을 배운 뒤 고2 때 해커톤에 나간 경험, 친구들과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것이 현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김 씨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게임부터 웹, 안드로이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뭔가를 만들어보고 실패도 하면서 무엇이 나랑 맞는지 탐색해 나갔고, 입사 지원에 사용할 포트폴리오도 만들었다”며 “다만 기초 지식을 배우는 기간이 대졸자보다는 물리적으로 적다 보니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입사 후 공부하며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스타트업 특유의 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 인재가 안착할 수 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업한 구성원은 조직 내에서 나이가 어린 경향이 있다”면서도 “나이나 입사 연도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직급 없이 서로를 영어 이름으로 자유롭게 부르는 문화라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주눅 드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