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6일 새벽, 규모 7.8의 지진이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했습니다. 튀르키예에서만 5000채가 넘는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졌고, 많은 사람들이 무너진 잔해에 매몰되었습니다. 그중에 고등학생 타하 에르뎀(17·사진)도 있었습니다.
타하가 살던 중동부 아디야만의 4층짜리 서민 아파트는 지진으로 10초 만에 무너졌습니다. 타하는 자다가 아버지, 어머니, 동생들과 함께 그대로 곤두박질쳤습니다. 타하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거대한 잔해 아래 깔려 있었습니다. 곧 죽음의 공포가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막다른 공포 앞에서 타하는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유언을 남기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작별인사를 휴대전화에 녹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죽더라도 휴대전화가 발견되면 그 기록은 전해질 거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꼼짝도 할 수 없는 공간에서 타하는 차분하게 녹화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들을 남겼습니다. “촬영할 마지막 비디오라고 생각한다”, “친구들이여, 죽음은 가장 예상치 못한 때에 온다”, “후회되는 일들이 많다. 신께서 나의 모든 죄를 용서해 주시기를”, “만약 살아서 나간다면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죽어서 가족들과 곧 만나게 될 것이다”. 그가 녹화하고 있는 동안에도 잔해 속에 갇힌 다른 이들의 비명은 끊이지 않고 들려왔습니다. 다행히 타하는 2시간 후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지진 발생 10시간 후 타하의 가족들도 이웃의 도움으로 구출되었습니다.
이번 재난은 튀르키예와 시리아, 두 나라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뒤이은 대책과 피해 양상에서는 차이를 보입니다. 그나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의 사정은 좀 낫습니다. 오랜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는 반군과 정부군의 대치 상황으로 국제사회의 지원도 약하고 구호 작업마저 더디게 이루어져 사실상 방치 상태라고 합니다. 반군 중심지에서 발생한 지진이라 시리아 정부가 의도적으로 구호를 미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존 C 머터 미국 컬럼비아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재난 불평등’에서 재난은 다수의 목숨을 무차별적으로 앗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난한 지역에서는 그 수가 더 커진다’고 말했습니다. 자연재해는 모든 이들에게 운명처럼 공평해 보이지만 사실은 가난하고 약한 존재들에게 더 잔인합니다. 튀르키예-시리아 대참사 앞에서 ‘그 어떤 것보다 인류애가 먼저’라는 해묵은 진리를 떠올리는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이의진 누원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