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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美 또 포탄 판매 요청… 韓 ‘우크라戰 딜레마’ 정교한 대응을

입력 | 2023-02-24 00:00:00

英서 훈련받는 우크라軍… 서방 무기지원 이어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이틀 앞둔 22일(현지 시간) 영국 남서부 도싯주 보빙턴의 군사기지에서 자국 국기를 든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영국이 제공하기로 한 주력 전차 ‘챌린저2’의 운용 훈련을 받고 있다. 전쟁 장기화에도 서방의 무기 지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이 최근 우리 정부에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한국산 155mm 포탄 수만 발의 추가 판매를 요청해 왔다. 보빙턴=AP 뉴시스


정부가 최근 미국으로부터 한국산 155mm 포탄 수만 발을 추가로 구매하겠다는 요청을 받고 양국 간 비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외교적으로 워낙 예민한 문제여서 신속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작년 11월에도 한국에서 155mm 포탄 10만 발가량을 구입한 바 있다.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서 미국 내 비축분이 부족해지자 한국산 구매에 나선 것이다.

대미 포탄 판매는 한국이 미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간접 참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러시아의 반발을 낳을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작년 10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면 한-러 관계가 파탄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그간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는 제공하지 않는다’며 방독면 방탄헬멧 같은 비살상 군수물자만 지원했다. 작년 미국의 요청에 응하면서도 ‘최종 사용자는 미국’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미국이 이번에도 한국산 구입분은 우크라이나 직접 지원용이 아니라고 밝히면 우리 정부가 동맹인 미국의 요청을 거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수출계약서에 최종 사용자를 미국이라고 명시해도 그 실제 사용처와 사용주체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한국산 포탄이라도 발견되면 러시아가 보복 조치를 가할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문제는 미국의 요청이 포탄 같은 소모성 무기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오늘로 1년이 됐지만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미국 등 서방은 한국의 뛰어난 재래식 전력에 주목하며 지원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다. 향후 전쟁 상황에 따라선 러시아와의 관계 단절까지 감수하는 직접적 지원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이런 딜레마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침략 전쟁에 분노하지만 많은 나라가 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에는 신중을 기하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에선 가장 적극 지원한 국가라는 평가도 나왔다. 요동치는 국제질서 속에서 우리 역할을 찾는 행보 하나하나에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다. 우리 경제와 기업에 미칠 여파까지 대비하는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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