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르브론 제임스(39·LA 레이커스)가 8일 경기에서 미국프로농구(NBA) 통산 최다 득점 기록을 새로 썼다. 이후 농구 팬들 사이에서는 ‘마이클 조던(60)과 제임스 가운데 누가 역대 NBA 최고 선수인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조던을 선택할 것입니다. 조던은 그의 시대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였으며 경기력, 기록, 수상 경력, 영향력 그리고 인성적인 요소들을 고려했을 때 제임스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조던은 자신의 게임에 대한 열정과 경쟁심, 그리고 겸손함과 리더십 같은 인성적인 요소에서 높은 점수를 받습니다.”
AI가 어떻게 ‘인성적인 요소’까지 거론하게 된 걸까. AI가 제일 잘하는 일이 ‘공부’이기 때문이다. 챗GPT에서 P는 ‘먼저 공부한(Pre-trained)’이라는 뜻이지만 새로운 정보도 금세 배운다. 챗GPT는 기본적으로 2021년 데이터까지 공부한 상태. 그래서 1996년 연재가 끝난 농구 만화 ‘슬램덩크’에서 송태섭에게 형이 있는지 물어보면 ‘없다’고 답한다. 그러다 지난해 나온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송태섭의 형 송준섭이 등장한다는 인터넷 페이지를 보여주면 “형이 있는 게 맞다.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미안하다”라고 사과한다.
‘고문’이라는 낱말을 쓴 건 영국 경제학자 로널드 코스(1910∼2013) 때문이다. 그는 “데이터를 충분히 고문하면 녀석은 결국 (원하는 대로) 불게 돼 있다”는 말을 남겼다. 챗GPT도 기본적으로는 데이터 덩어리와 그 덩어리를 처리하는 알고리즘이 전부. 역시 고문하면 원하는 자백을 얻어낼 수 있다.
AI가 ‘세상을 지배하겠다’는 생각까지 품을 수 있다는 기사를 못 본 거냐고? 그건 질문자가 AI를 그렇게 ‘고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소식이 큰 뉴스가 되는 건 많은 이들이 신기술에 대한 두려움부터 느끼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코딩에 익숙한 MZ세대 가운데는 이미 세상에 공개된 챗GPT 코드를 가지고 ‘챗봇’을 만들어 ‘고문하며’ 노는 이들도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만든 챗봇은 ‘이 세상을 지배하는 건 누구지?’라고 물으면 ‘하늘 같은 마누라 님’이라고 답한다(아, 유부남의 인생이여!). 그러니까 챗GPT를 쓸 때는 이 AI가 ‘기술적으로’ 정말 대단한 건 맞지만 ‘마케팅적으로’는 더 대단하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