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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뛰고 일본은 걸음마 떼는 ‘전기차 大戰’ [김도형 기자의 일편車심]

입력 | 2023-02-24 03:00:00

김도형 기자


자동차를 바다 건너로 수출할 때 쓰이는 대표적인 배가 ‘로로(RO-RO)선’이다. 롤온-롤오프. 화물인 차가 스스로 바퀴를 굴려서 선적, 하역될 수 있는 배라는 뜻이다. 최근 국내 완성차 기업들이 겪은 자동차 수출 물류대란은 바로 이 로로선 부족 때문에 일어났다.

배가 갑자기 줄어든 것도 아닌데 수출할 차를 실을 배가 부족해진 현상을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중국이었다. 2021년에만 해도 자동차 수출에서 멕시코와 미국, 독일, 한국 뒷자리에 있던 중국은 지난해 이들을 모두 앞질렀다. 중국에서 생산해 멀리 유럽으로 수출되는 차가 급격히 늘면서 세계적인 자동차 물류대란이 빚어진 것이다.

지난해 중국은 2021년보다 50% 이상 늘어난 311만 대의 차를 수출하면서 세계 2위 완성차 수출국에 올랐다. 중국이 약진한 원동력은 바로 전기차다. 자국 기업이 만든 전기차에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되는 테슬라 차량까지 가세했다. 지난해 중국의 신에너지 차량(전기차 포함) 수출량은 1년 전보다 120% 급증했다.

연간 2000만 대 이상의 차가 팔리는 중국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다. 내연기관차 시대에 중국은 해외 각국의 완성차 브랜드에 자국 시장을 내주면서 ‘도광양회(韜光養晦)’했다. 그러면서 국가적으로 전기차 전환을 준비한 결과 마침내 ‘화평굴기(和平崛起)’하는 양상이다.

이런 중국 앞에 서 있는 굳건한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은 여전히 일본이다. 도요타와 혼다를 앞세운 일본은 지난해 350만 대 이상의 차를 수출했다. 하지만 차 산업의 새로운 물결, 전기차에서만큼은 그 위상이 많이 다르다. 미국의 테슬라와 중국의 비야디, 독일의 폭스바겐, 한국의 현대자동차그룹이 각축전을 벌이는 전기차 시장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도요타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가 최근 최고경영자(CEO) 교체에 나서는 모습은 이런 일본의 변화를 보여준다. 4월에 취임할 사토 고지 신임 CEO는 ‘전기차 퍼스트’를 내세웠다.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수소전기차, 전기차로 힘을 분산했던 기존 전략의 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그러면서 내연기관차 기반으로 만들어진 현재의 전기차 플랫폼을 폐기하고 새로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전기차 설계의 뼈대이자 기초다. 독일 폭스바겐이 2018년, 현대차그룹은 2020년에 최초 공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도요타도 이제 새로 만들 참이다.

앞서 얘기한 로로선에서 쓰이는 오래된 선적 단위는 ‘RT’다. 도요타의 글로벌 베스트셀링 카 ‘코롤라’ 1대를 기준으로 하는 선적량이다. 내구성과 연비가 좋으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자동차로 세계를 휘어잡았던 도요타의 위상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그런 일본이 뒤늦게 뛰어들면서 전기차 대전에는 또 한 번 불이 붙고 있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는 전 세계 신차 판매의 10분의 1 수준까지 도달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