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
무엇이 문제인지 계속해서 이사를 다니고 있다. 아파트와 한옥에서 두 번씩 살았고 그 사이에 엄마 집에서도 2년을 기숙하듯 살았다. 지금 집은 세 번째 한옥으로, 이곳으로 오기 전에는 작은 단독주택에 살았다. 이사의 번거로움이야 말할 것도 없는데 아내가 짐 정리하는 루틴을 보고 있으면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이번에는 이 집이 어떻게 바뀔까’ 설레기도 한다.
이삿짐센터 분들이 짐을 부리고 가면 아내는 이곳저곳을 뒤져 평소 아끼고 좋아했던 작은 물건을 찾는다. 나 같으면 이사 전에 미리 빼놓을 텐데 또 절대 그러지는 않는다. 그렇게 어렵게, 때로는 간신히 물건을 찾은 다음에는 물티슈와 거즈로 그것을 깨끗이 닦은 후 주방 한쪽에 조심히 올려놓는다. ‘이쁘다’ 하고 혼잣말도 한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정리를 시작한다. 이번에 뽑힌 아이는 반달 모양의 주황색 유리와 동글동글 귀여운 인상의 남자가 조각배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그림을 표지로 쓴 책 ‘할머니의 저녁 식사’였다(이 책 역시 작다).
부부는 계속 닮아가 이제 나도 새로운 공간이 생기면 아끼는 작은 물건을 찾아 정성껏 올려놓고 정리를 시작한다. 최근에는 화장실에 좋아하는 작가의 작은 그림을 걸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품으로 농도를 아주 연하게 해 그린 자연 풍경이다. 화장실에 작은 숲이 들어온 것처럼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그 자리에 다른 작품이 걸리는 건 지금으로서는 상상이 안 된다. 그렇게 작은 것들과 소소한 교감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아무리 이쁜 것이라도 개수가 네 개를 넘어가면 더 이상 사랑스럽지 않다는 것. 하나도 괜찮고 둘도 나쁘지 않고 셋도 보기 좋은데 네 개가 넘어가는 순간 번잡스러워진다. 그 옛날 못난이 삼형제 인형이 딱 세 개로 끝난 이유가 있다.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